
임기 만료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이사의 거취를 두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 대표는 업황 부진 속에서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실적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과가 대표직 연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자로 만료된다. 앞서 구 대표는 2023년 말 KB금융그룹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김기환 전 대표이사의 뒤를 이을 신임 대표 후보로 오른 뒤 이듬해 1월 취임했다. 당시 리스크관리본부장 전무에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대표로 직행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취임 당시 구 대표는 '회사가치성장률 1위 도전'을 경영 목표로 내세우며 고객 중심 업무 생태계 확장, 본업 경쟁력 강화, 디지털 혁신 등을 주요 전략 방향으로 제시했다. 또 임직원과의 격의 없는 소통과 공정한 업무 프로세스 관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임기 동안 건강보험 등 장기 인보험 매출 확대를 추진하며 체질 개선에 힘썼다. 경증 유병자보험 신상품인 '삼텐텐', '오텐텐', '금텐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상품들은 특히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큰 인기를 끌자 경쟁사들도 유사한 구조의 상품을 앞다퉈 내놓기도 했다.
이를 통해 KB손보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8395억원을 기록했다. 업권 전반 실적 부진이 예상됐던 올해 상반기에도 55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성과를 근거로 구 대표의 연임을 내다보는 목소리도 속속 들려온다. 내년 본격적인 업황 악화가 예견되는 가운데, 풍부한 보험업 경력을 보유한 구 대표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이러한 위기 대응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구 대표는 KB손보에 1994년 전신인 럭키화재에 입사해 30년 이상 회사를 벗어난 적이 없는 '원클럽맨'이다.
다만 연임 성공과 별개로 연임 기간에 두고는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그간 KB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들은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연임하는 이른바 '2+1' 형태가 관행적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앞서 김기환 전 대표도 임기 동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장기 연임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결국 관행을 넘어서는 연임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KB손보 역대 대표들의 임기에서도 연임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KB손보 역대 대표 총 18명 중 3연임 혹은 임기 6년을 지낸 대표는 6명이다. 또 2000년 이후 연임에 성공하고 5년 임기를 채운 대표는 양종희 현 KB금융그룹 회장을 포함해 2명뿐이다.
내년 11월 KB금융그룹 회장 임기가 끝나는 점도 임기 연장의 변수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되면 계열사 대표 인사도 연쇄적으로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양 회장의 임기가 내년 11월 만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KB금융그룹 차기 인선이 구 대표의 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