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정, ‘간첩법 개정’ 비공개 협의…“결심의 문제”

2025-11-25

법안소위 통과 1년째 ‘제자리걸음’

누구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아

“법무부에서 정리된 안 가져오면

공청회 안 하고 연내 처리도 가능”

당 핵심 인사 “결국 ‘결심’의 문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5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을 만나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넓히는 형법 98조(간첩법) 개정안 등 10개 중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정이 협력하고 당 지도부가 ‘결심’만 한다면 간첩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의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여당 법사위원들에게 간첩법 개정안 등 법안 처리 협조를 구했다. 협의회에서 간첩법 개정에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민주당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 복수의 전언이다. 한 참석자는 “간첩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도 “법무부가 이견이 있는 법안을 갖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6일에도 국회에서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만나 간첩법 개정안 등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간첩법 개정 필요성은 인정된다”며 “결국 이 법 개정은 ‘결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간첩법 개정 여부는 사실상 당 지도부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윤석열정부 법무부가 아니라 이재명정부 법무부”라며 “국가보안법·산업기술보호법·군사기밀보호법과 간첩법 간의 정합성과 균형을 고려해 정리된 안을 법무부가 제시해 주면 별도 공청회 없이 법안의 연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후 민주당은 독재정권 시절 간첩 사건 조작 사례가 있었던 만큼, 개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기 전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로 관련 논의가 중단되고 말았다.

이 법 개정안은 그간 여권에서 다수 발의됐다. 민주당 법사위원 중에선 국가정보원장 출신 박지원 의원과 장경태 의원이 발의했다. 당 지도부에선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최고위원이 발의했다.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강유정 대변인도 22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시절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간첩법 개정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힘에선 장동혁 대표가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재임 시절인 지난해 8월 이 법 개정안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했다.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간첩법 개정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현행 간첩법은 ‘적국’을 위한 간첩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적국’(사실상 북한)만 아니면 지구상 그 어떤 나라에 우리의 국가기밀이나 핵심기술을 빼돌려도 간첩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간첩법 적용 범위를 ‘적국’으로 한정한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최근 들어 외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비롯한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하는 일이 발생하고, 삼성전자 폴더블폰 기술이 유출돼 발생한 경제적 손실이 10조원대로 추산되는 등 기술 탈취 문제도 심각한 만큼 간첩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