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관이 법관 인사 좌우…與,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개혁 발표

2025-11-25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사법 개혁안 초안을 발표했다.

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초안을 공개했다. 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의견 수렴을 추가로 거친 뒤 당론으로 추진해 올해 내에 통과하는 게 목표”라며 “이번 개혁안은 사법행정 정상화의 주춧돌이 될 것”라고 말했다.

민주당 개혁안에 따르면 위원장 1명, 상임위원 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는 사법행정위는 법원행정처를 대신해 법관 인사·징계는 물론 법원의 예산·회계 등을 심의·의결한다. 법관의 전보 인사도 사법행정위가 심의·의결한 안건을 대법원장이 결정하는 구조로 만든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위원장 임명 방안은 둘로 압축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현직 비법관 출신 사법행정위원 7명 중 1명을 추천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안이 먼저 제시됐다.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위원장을 겸임하는 방안도 함께 언급됐다. 상임위원 2명은 법관·검사가 아닌 위원 중 위원장이 추천해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될 것이라고 TF는 설명했다. TF 소속 김승원 의원은 “토론을 통해 최종안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13명의 위원은 법률로 규정한 기관장·단체 추천 인사를 대법원장이 임명·위촉하는 방식이다. 3년 임기에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지만, 법관·검사 출신은 연임할 수 없다.

사법행정위는 철저하게 법관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위원장을 포함한 13명 중 법관은 최소 4명, 최대 6명이 위원이 될 수 있는 반면 비법관은 최소 7명, 최대 9명이 위원이 될 수 있어 ‘비법관 과반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법관 위원은 ▶대법원장 지명 법관 1명(대법원장이 위원장 겸임하면 지명권 없음)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법관 1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법관 2명 등으로 구성된다. 헌법재판소장과 법무부 장관도 별도의 신분 제한 없이 각 1명씩 추천이 가능해 최대 6명까지 법관에 위원회에 합류할 수 있는 구조다. 비법관 위원은 ▶대한변협·지방변협 등이 공직에서 물러난 지 2년이 지난 비법관 출신 인사 각 1명과 2명 ▶한국법학교수회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법학 교수 각 1명 ▶법원공무원 노조가 1명 ▶대법원장이 인권 및 사회적 약자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비법관 인사 1명을 추천한다.

이 같은 사법행정위 신설 방안은 국내 사법 시스템의 근간이 바뀌는 대대적인 개편안으로 평가받는다. “판사는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법원조직법(41조)에 따라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의 최종 권한을 갖고, 실무를 엘리트 판사 조직인 법원행정처가 맡는 현 제도를 뿌리째 뒤흔드는 개편이라서다. 2019년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분산하겠다며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를 추진했지만, 위원장을 대법원장이 맡았고 의결이 아닌 자문기구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민주당 안에 비하면 온건한 안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사법행정위원장을 대법원장이 아닌 비법관 출신 외부 인사가 맡고, 심의·의결 과정에 대법원장이 참여하지 못할 경우 대법원장의 법원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 권한은 따지고 보면 인사·예산이 거의 전부”라며 “사법행정위원장을 대법원장이 맡지 못하면, 존중은 받되 실권은 없는 영국의 국왕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 헌법(101조)의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 심의관은 “헌법 교과서에도 사법권에 사법행정권이 포함된다고 돼 있다. TF안은 사법권 독립 침해로 인한 위헌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법관 인사는 재판 독립과 직접 연결되는 사법행정의 본질적 요소다. 위원회에 권한을 집중시킨다면 인사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사법행정의 수장은 대법원장이다. 그걸 견제할 수는 있어도 선을 넘으면 위헌 소지가 있는데, TF안은 사법행정권을 빼앗겠다는 것에 가까워 위헌 소지가 크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밖에 ▶대법원장 비서실장의 비법관화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인력 확대(10명→13명) 및 구성 다양화 ▶퇴직 대법관 5년간 대법원 사건 수임 제한 ▶판사회의의 법원장 후보 선출제 ▶법관징계위원회 구성 변경(법관 4명, 외부인사 3명 → 법관 3명, 외부인사 4명) 등도 추진한다. 법원행정처 소속 윤리감사관은 윤리감찰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법원 출신을 제외하도록 했다. TF 소속 이성윤 의원은 “제 식구 감싸는 감사·감찰을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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