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건설'시대 개막···건설사 생존 혁명 가속화

2026-01-02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2025년이 기술 도입을 서둘렀던 해라면 올해는 산업 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전환'의 본 궤도에 올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AI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의 시작이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뉴스웨이는 올해 '신년기획'을 통해 업계가 마주한 AI 현황을 파악하고 각 산업 현장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생존 전략을 심층 진단한다.

AI(인공지능)가 투박한 현장 이미지가 강한 건설업계에서도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2026년 현재 건설 AI는 설계 자동화와 업무 효율 개선은 물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성 검토·원가 통제·중대재해 예방 등 핵심 분야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건설 AI는 '뜬구름'이 아닌 지속 가능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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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AI 전략은 사업성 예측, 원가 관리, 안전관리 세 축으로 진행

BIM, IoT, AR/VR 등과 결합해 통합 모델 구축 움직임 뚜렷

현금 흐름, 하자율, 사고 확률 등도 AI로 예측·관리

5일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 보고서를 종합하면 2026년 건설업황은 수년째 이어진 구조적 압박이 가중되면서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는 고점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고, 금융권의 PF 심사는 한층 보수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5년 차를 맞아, 안전사고는 기업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매출과 영업익 외에도 비용 관리와 사고 예측·통제력이 건설사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현실에 놓인 각 건설사들의 AI 전략은 크게 세 축으로 확인된다. 첫째, PF 사업의 사업성·분양·공정 리스크를 사전에 분석하는 예측 모델, 둘째 공정·자재·노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원가 상승을 통제하는 시스템, 셋째 현장 안전을 상시 감시하는 AI 기반 중대재해 예방 체계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의 BIM(건설정보모델링) 로드맵이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이 세 축은 점차 하나의 통합된 모델로 결합하는 양상이다.

최근 건설 AI는 사업장별 현금 흐름과 사고 확률, 하자 비율을 낮추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시공 프로젝트의 핵심 변수인 분양 속도, 공기 지연, 원가 변동, 안전사고 가능성을 AI 데이터로 예측하고 선제 대응하는 기업과 현장의 비율도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도급순위(시공능력) 최상위권 대형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을 필두로 업무 전 과정과 임직원 의사결정이 AI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AI 네이티브' 로드맵을 실행 중이다. 이는 단위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과 프로세스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구상으로,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 'AI Day'를 열고 그간 추진해 온 AI 프로젝트 성과와 전략을 공유했다. 오 사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를 AI와 연결하는 등 AI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의 AI 전환 방향은 ▲자사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해 '우리의 전문가' 육성 ▲수동적 응답을 넘어 먼저 질문하고 제안하는 능동형 AI 구축 ▲외부 기준이 아닌 삼성물산 자체적 문제 해결력 중심의 가치 평가로 요약된다. 현재 삼성물산은 AWS와 공동 개발한 AI 에이전트를 통해 입찰제안서 리스크 분석, 계약·법무 리스크 관리, 현장 데이터 통합 분석을 자동화하고 있다. 삼성물산 AI 에이전트는 올해부터 전 프로젝트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시공 안전 관리를 비롯해 입주민 수면의 질과 층간소음 문제 등 업계와 소비자가 가장 예민해하는 영역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우선 AI를 탑재한 4족 보행 로봇개 '스팟' 배치를 늘려, 시공 품질과 현장 관리에 나서고 있다. 스팟은 사람이 드나들기 어려운 곳을 이동하며 사진 촬영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수행하며, 사람은 사무실에서 각 상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또 자체 연구시설 'H 사일런트 랩'에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고, AI 수면 관리 시스템 '헤이슬립'을 통해 온도·조도·습도·환기·차음 등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술력을 선보여 업계 최초로 '굿슬립 마크 골드' 인증(한국수면산업협회)을 획득했다.

대우건설은 업계에서 매출 대비 R&D(연구개발)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사로,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AI와 자동화 EPC(설계·조달·시공)에 투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까지 4년 간의 연구 끝에 스마트 자동화를 통한 항만 상부 시설물의 설계·시공·유지관리 기술을 확보했고, 작년 초에는 문서 전처리 모델을 개발해 정량·정성적 분석과 회사 내부 데이터 GPT 활용 방향을 확립했다. 또 작년 말까지 5년여의 노력 끝에 콘크리트 모듈러·프리패브 부재 생산을 위한 스마트 생산라인 설계기술을 확보했다.

DL이앤씨는 AI는 물론, BIM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을 시공·분양 등 프로젝트 주요 과정에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3년 국토부가 선정한 6개 스마트건설 분야 중 BIM 리딩 건설사로 선정됐고, 2017년부터 일찌감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분양에 가상현실(VR) 서비스를 도입했다. 2022년에는 업계 최초로 실시간 가상 주택 시각화 솔루션 '디버추얼(D-Virtual)'을 내놨다.

GS건설은 자체 AI 모델을 개발해 설계·시공 전반에 활용하는 한편, 직원들의 AI 관심과 활용도를 높이는 사내 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허윤홍 사장(CEO)은 지난해 초 임원 워크샵에서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주도적인 변화를 독려했고, 이 같은 분위기는 회사 전체에 그대로 녹아드는 모습이다.

GS건설은 우선 국내 건설사 최초로 기업용 오픈 AI 솔루션인 'ChatGPT Enterprise'를 도입한 데 이어, 사내 'AI 레시피' 경진대회를 열어 현업에서 검증된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회사 측은 "반복 업무 자동화, 데이터 분석 효율화 등 실무형 아이디어들이 다수 제시됐고 AI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GS건설의 AI 투자는 시공 품질과 안전 영역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하자 예방 플랫폼'을 통해 최근 1년간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하자 판정 '0건'을 달성했다. 이는 축적된 시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시공 단계에서 하자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다. 또 AI 설계 도면 검토 시스템과 외국인 근로자 소통용 AI 음성 번역(자이보이스), 시공 매뉴얼 검색 시스템(자이북) 등도 작업 효율과 안전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롯데건설은 원가 관리에, ㈜한화 건설부문은 안전 분야에서, 호반그룹은 하자 관리 부문에서 AI 투자·활용이 두드러진다. 롯데건설은 자체 개발한 'AI 공사 견적 모델'을 통해 비정형화된 견적 내역을 표준화하고, 과거 계약 단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원가 산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기존 통합관제 시스템(H-HIMS)에 AI 영상 분석을 접목해 위험 지역 접근, 안전시설 훼손 등을 자동 감지하는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호반건설·호반산업은 스타트업과 손잡고 자체 AI 하자관리 통합 플랫폼(채들)을 개발해 시공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건설사들이 AI 효과를 직접 경험 중인 가운데, 신년 관련 투자와 적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AI 투자는 건설사 생존과도 직결될 만큼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전략적인 접근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건설사 사업 과정상 AI 활용은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관리 역량 강화를 요구받는 업계의 특성상 AI는 핵심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AI 확산에 성공한 기업은 수익률이 평균 수십 퍼센트 오를 수 있지만, 전략 없이 접근하면 실패의 위험도 크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AI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내부 환경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경영환경을 예측한 뒤, AI와 결합한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게 건설사 생존의 관건이며, 경영 전반에 걸친 AI 도입을 위해선 준비-기획·설계-실행 등 단계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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