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칼, 특검 150일
2008년 6월 14일 일군의 남자들이 땀을 흘리며 국사봉을 오르고 있었다. 동명의 수많은 봉우리 중에서 그 국사봉은 충남 논산시 상월면과 계룡시 엄사면에 걸쳐 있는 향적산에 속한 것이었다.
그들 중 연신 주위를 살피며 동행자의 시중을 들던 덩치 큰 이가 있었다. 그는 그 등산 모임의 ‘호스트’였다. 그 봉우리의 소재지가 그의 ‘나와바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논산지청장 윤석열이었다. (이하 경칭 생략)

그날 등산의 동행자는 윤석열을 포함해 총 19명이었다. 그중 17명이 검사였고, 나머지 2명은 검사와 일심동체인 검찰 수사관이었다. 그들은 조직원이었다. 검찰 조직원이었을 뿐 아니라 그중에서도 엘리트로 분류되는 특정 검사들이 만든 조직에도 소속돼 있었다. 그날 그곳에서 정례 모임을 가진 그들의 조직은 ‘우검회’, 즉 ‘우직한 검사들의 모임’이었다.
거기에는 이후 행보를 볼 때 ‘우직’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이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때, 아니 그 모임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그 표현은 어색하지 않았다. 그건 거의 1년을 동고동락하며 ‘불법 대선자금’ 수사라는 검찰 역사상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옛 대검 중수부 동지들의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2년여 년 전 더중앙플러스의 ‘특수부 비망록’팀이 입수한 한 장의 사진에 국사봉에 올랐던 그날의 그들이 고스란히 박제돼 있다. 그걸 다시 들여다봤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토록 다정하게 모여 활짝 웃던 그들이 17년 뒤 때로는 모의하고, 때로는 대치하고, 때로는 눈을 부라리고, 때로는 서로를 죽여야 사는 악연으로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2008년 함께 웃던 사진 속 윤석열·조은석·한동훈·이완규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그 사진을 함께 들여다보자. 사진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면서 유일하게 색안경을 낀, 그리하여 누가 보더라도 좌장임을 알 수 있는 이가 안대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