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한 세상

2025-01-19

지난해 12·29일 발생한 무안 공항 참사로 인해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먼저 애도의 뜻을 전하고 남은 가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보낸다.

사고 경위가 발표되어야 하지만, 원인으로 철새도래지에 지어진 공항, 조류 충돌 예방시설과 인력의 부족, 로컬라이저로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 같은 구조적 취약성과 함께 비전문적인 공항공사 수장으로 인한 인적 원인의 결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의 수장은 늘 낙하산 인사의 자리로 인식되어왔고 현재 공항공사 사장은 8개월째 공석이다. 부적절성으로 인해 임명이 무산되어서이다.

정치적 논리로 이루어진 인사들이 전문성을 갖출 리가 없고 공항 안전에 대한 지식도 없는 사람들로 채워지다보니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문가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의료 개혁은, 사고 항공기의 희생자만 양산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 국민의 의료 안전을 통째로 뒤흔드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처음부터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정책이었다.

현장에서 느끼는 일선 의사들의 문제의식은 고려하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나처럼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떤 대안을 어떻게 부작용 없이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고 보건 행정 공무원의 탁상 논리, 몇몇 보건 행정가의 주장만을 듣고 2천 명이라는 말도 안되는 숫자를 밀어부쳤다.

의료 전문가들은 반대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의과대학생들은 휴학을 하였고 수련의들은 지금의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벌어질 우리 앞의 의료 재앙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에 저항의 뜻으로 자리를 떠났다.

우리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 올해 수능의 경우, 증원된 숫자만큼 서울 소재 의과대학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쏠림이 심해져 이공계 인재들의 유출이 현실이 되었다.

마치 도미노처럼, 상위권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으로 지방 대학들은 정원 채우기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으로 교육계의 위기도 불러왔다.

한국과학 기술원 등 4개 과학 관련 지원자가 전년보다 28%가 급감하였다. 의료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는 첫걸음이 되었음은 확실해졌다.

의대 증원을 주장하였던 고려의대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님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되었음을 시인하였다. 용기 있는 인정이다.

그리고 그나마 필수 의료를 전공하겠다던 젊은 의사들도 대부분이 비급여 미용성형으로 자리를 옮겼고 필수 의료의 붕괴는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2025년도 제 89회 의사국가시험 응시자가 285명으로 지난해 3천133명의 10% 수준으로 떨어져 올해 의사 배출 숫자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유급한 학생 등과 1년을 쉬어버린 전공의들의 적체로 향후 몇 년간은 의료계의 혼란은 피할 수 없어졌다.

재정적인 면에서도 지난해 11월까지 투입된 비상진료 체계지원 규모만 1조 2천585억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료 개혁인가. 1년 지속된 문제가 이 정도인데 향후 5,10년 후의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부는 우리 밥그릇만 챙긴다고 비난해왔다. 맞다. 이 세상에 자기 밥그릇 줄어드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속한 전문분야에 애착과 애정을 가진 대부분의 의료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면 안된다.

우리의 자존심이 의료가 무너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나자신도 가끔 환자를 볼 때 귀찮기도 하고 때로는 사명 의식 따위는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환자에 대한 기본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앞으로의 의료를 걱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료계의 전문가이다.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공공기관의 수장들과는 비교 불가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귀 기울이고 또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이라면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또 다른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절실하다.

더이상 의료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지금이라도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먼 미래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 수립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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