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위치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와 윤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인근 주민들은 ‘집회 포비아’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일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법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유 모 씨는 “지방에 있다 18일 밤에 올라왔는데, 공덕역에 내리자마자 ‘내가 잘못 내렸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비규환이었다”며 “밤 늦게까지 스피커로 고성을 내지르고 함성소리가 들려와 한숨도 못잤다”고 말했다.
유 씨는 “대규모 집회는 그간 종로구 광화문이나 영등포구 여의도, 최근에는 용산구 한남동 등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줄 알았는데, 나에게 닥치니 보통 화나는 일이 아니다”며 “집회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피해를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덕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자취생 20대 정 모 씨는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귀가하려 하는데, 보수단체 집회에 막혀 보통 20분 걸릴 거리를 1시간 만에 갔다”며 “가는 길목에 일부 보수 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건네는 성조기를 거절했더니 ‘너도 빨갱이냐’며 윽박질러 공포감을 느꼈다”고 한숨을 쉬었다.
쓰레기와 소음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날 오전 한 바탕 폭동이 휩쓸고 간 서부지법 도로 일대는 쓰레기로 뒤덮여있었다. 정문 앞 바리케이트는 힘없이 무너져 있었고, 정문 옆으로 길게 늘어선 화환도 온전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생기를 잃은 꽃잎들은 화환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외에도 고깔 부분은 온데간데없고 밑동만 남아있는 주차금지대, 수 차례 짓밟혀 까맣게 오염된 카펫, 일회용 방석 등 각종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또한 여전히 남아있는 몇 지지자들은 인근 공덕소공원에 집결해 경찰과의 대치를 이어가며 스피커 등을 이용해 ‘이재명을 감옥으로’ ‘이재명 구속’ 등 구호를 연호했다. 일부 주민들은 근처를 지나가다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인근 상황도 마찬가지다. 서울구치소는 번화가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소음 문제는 공덕동에 비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하 모 씨는 “주말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인덕원 인근 청계천 방면 동네를 방문하는데, 가는 식당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석자들이 몰려 굉장히 시끄럽다”며 “간혹 행패를 부리는 행인도 있어 앞으로 얼마나 집회가 오래갈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달 19일 오전 2시 50분께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서울구치소에 정식 입소한다. 윤 대통령은 수의로 갈아입은 뒤 머그샷을 찍고 수용동으로 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