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방문 줄까 전전긍긍"...중소 여행업체, 비상 계엄에 '끌탕'

2024-12-17

【 청년일보 】 "한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정치적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12월 연말 예정했던 여행을 취소했습니다. 여행하며 신변에 위협을 느낄 바에 다른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말을 맞아 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을 준비했다는 20대 일본인 A씨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연말연시 친구와 함께 의미있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했지만, 지난 3일 일어난 비상계엄 사태로 여행지를 한국에서 홍콩으로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지만, 이를 취소한 여행객은 비단 A씨뿐만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기로 계획했던 30대 미국인 B씨는 "한국에서 일어난 계엄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초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여행 상품을 예약했지만, 군이 국회에 들이닥치는 모습을 보며 곧바로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줄줄이 여행을 취소하자 여행업계의 타격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형 여행사보다는 중소 여행사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여파가 한창이던 2017년 상반기 당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3% 급감한 바 있다.

대형 여행사들은 현재까지 큰 타격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추후 업계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여행업체 관계자는 "인바운드(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객)의 경우 일부 단체 및 MICE(회의·포상여행·컨벤션·전시의 약어)가 행사를 연기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여행 상품 취소율은 전년 대비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또 다른 주요 여행사 관계자도 "지난주 탄핵 이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혼란스러운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상황 파악에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결국 여행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라는 전망도 업계에서 나왔다.

한편, 연말 성수기를 기대했던 중견·중소 여행사는 대형 업체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여행 수요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중소 여행사들은 대형 여행사보다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토로를 내놓고 있다.

한 중견 여행업체 관계자는 "대형 여행사의 경우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예약 취소 등의 사태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지만 중견·중소업체는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다"며 "실제 외국인 여행객들이 비교적 브랜드 이미지가 취약한 중견·중소 여행사들을 통해 예약한 상품들을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견 여행업체보다 규모가 더 작은 중소 여행업체의 사정은 보다 심각하다.

30여명 규모의 한 여행사 대표는 "지난 계엄 사태로 인해 중국·일본 등의 여행객을 중심으로 여행 일정 취소 문의와 실제 취소 사태가 증가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느끼고 있는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훨씬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엄 사태가 발생한 3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여행 상품 취소율이 전년 동기 대비 88% 급증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현재 취소 문의가 빗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취소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는 북미나 유럽 여행객들도 국내 정치적 상황과 여행 상품 취소에 관해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성수기 특수를 기대했는데, 현재는 인력 조정까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서 더욱 개탄스럽다"고 전했다.

다른 중소 여행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비슷한 규모의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 여행사 대부분은 소수의 대형 거래 건에 연말 실적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예약 건들이 취소되면 회사 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서울을 둘러보는 여행 상품의 취소율이 50%에 달했다면서, 여타 중소 여행업체와 같이 이 수치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당사보다 규모가 더 작은 여행사의 경우 폐업 등도 고려할 만큼 대형 여행업체와 중견·중소여행 업체 간 피해 격차는 심각하다"며 "상황이 조속히 마무리돼 예약 문의가 다시 증가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행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정국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특히 이들은 현시점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제 기지개를 피기 시작한 중견·중소 여행업체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요 경제 단체의 전문가는 "현재 해외에서 바라보고 있는 국내의 정치·경제적 변동성은 굉장히 크다"며 "이러한 영향이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오는 산업군이 바로 여행업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비교적 신속하게 수습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상황을 고객이나 고객사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할 인력·자본이 있는 대형 여행사들의 피해는 비교적 덜하지만, 그럴 여건이 부족한 중견·중소 여행사는 그렇지 못한 것"이라며 "이제야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는 중견·중소 여행사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여행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특히 중견·중소 여행업계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고사 상태에 이른 이후 이제 막 회복세를 타고 있다"며 "정치적 변수로 인해 이 회복세가 꺾일 위험에 놓인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또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등 정부 유관 부처에서 국내 정치적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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