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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익숙한 열두 개의 띠로, 차례로 돌아가면서 각 해를 대표한다. 올해는 을사년(乙巳年)을 맞아 ‘푸른 뱀’의 해로 불린다. 십이지신은 한국뿐만 아니라 음력 설을 쇠는 문화와 더불어 중국의 영향을 받은 문화권에서 확인된다.
십이지신에 어떤 동물을 넣었는지는 각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통해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먼저 중국의 십이지신은 순서대로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다. 이러한 구성과 순서는 한국, 북한, 싱가포르, 캄보디아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태국에서 십이지신은 쥐, 소, 호랑이, 토끼, 나가(naga), 뱀, 말, 양, 원숭이, 수탉, 개, 돼지로 구성된다. 대체로 중국의 것과 유사하지만 용 대신 나가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나가는 고대 인도 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뱀으로 신격을 일부 지닌다. 조형물이나 예술 작품에서 완전한 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기도 하며 반은 뱀, 반은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가는 다산과 부를 상징하는 존재로 숭배됐으며 동북아 문화권에서 용의 존재와 비견된다.
일본도 전체 구성은 중국과 유사하나 마지막 동물이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라는 점이 다르다. 이에 관해서는 일본에선 돼지보다 멧돼지가 흔했고, 불교가 전파되며 육식이 터부시돼 돼지보다는 멧돼지띠로 굳어졌다는 설명히 전해 내려온다. 또한 음력에 따라 바뀌는 중국식 십이지신과 달리 일본은 1872년 음력을 폐지한 이후 양력을 기반으로 한다.
베트남으로 넘어가면서 십이지신은 구성원이 무려 셋이나 바뀌었다. 베트남은 소를 물소로, 토끼는 고양이로, 양은 염소로 바꿨다. 한국에선 ‘검은 토끼의 해’로 불렸던 2023년 계묘년도 베트남에선 ‘고양이의 해’로 기념됐다.
이중 토끼가 고양이로 바뀐 맥락을 두고는 먼저 중국어로 토끼를 뜻하는 ‘마오(mao)’가 베트남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고양이를 뜻하는 ‘메오(mèo)’로 잘못 옮겨졌다는 해석이 있다. 또 다른 설명은 농업이 중요한 베트남에서 토끼는 농작물을 해치는 동물이지만 고양이는 쥐를 잡는 기특한 동물이기 때문에 바뀌었다고 해석한다. 베트남 전통문화 전문가 응우옌 히우 띤은 “베트남 사람들은 쥐와 토끼가 (속성이) 유사하다고 본다. 비슷한 동물과 2년을 보내길 원치 않았다는 설명이 있다”고 과거 AFP통신에 밝혔다.
2019년 <문화와융합>에 발표된 논문 ‘한국과 베트남의 띠 문화 비교- 한국의 토끼띠와 베트남의 고양이 띠를 중심으로’ 역시 토끼와 고양이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문화적 의미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당 논문은 “한국 사람에게는 토끼는 사냥의 대상이면서 초식동물이니 쉽게 키울 수 있고 그 가죽으로 겨울을 이겨 보내는 데 도움이 되는 동물이다. 반대로 베트남에서의 토끼는 양식토끼를 제외하면 야생토끼는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농작물에 해치는 동물이라고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고양이에 관해서도 “한국에서 고양이는 육식동물이라 키우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토끼나 새가 고양이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으니 쫓아내야 하는 동물이지만, 일 년에 벼의 이모작 삼모작을 할 수 있는 베트남에서의 고양이는 벼를 먹는 쥐를 잘 잡아먹어 쫓아내주니 집에서 키울 만한 동물”이라고 봤다. 이어 이러한 점을 종합해 “사람의 삶과 긴밀히 보내는 동물을 12지 동물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열두 동물이 각 국가에서 언제 어떻게 현재와 같은 상징성을 가지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짐작해볼 수 있는 것은 각 문화의 구성원들이 나름의 ‘현지화’를 통해 친숙하면서도 의미가 큰 동물을 받아들였으리라는 점이다. 십이지신을 둘러싼 여러 구전과 해석 그 자체가 의미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