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약 30년 만에 우리나라서 엑시트를 결정했다. 유동성 위기로 UBS에 인수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한국까지 파장이 미치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날달 금융위원회는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 금투업 라이센스 폐지 및 해산을 승인했다. 현재 한국에선 정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은 지난 1996년 설립돼 IB와 공매도 부문에 강점이 있는 회사로 평가된다.
지난 2021년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료에선 CS가 직전 7년간 공매도 중개로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이 867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당시 외국계 포함 56개 중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호실적을 기록한 바 있음에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건, 지난 2023년 CS가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르며 UBS에 인수된 여파 때문으로 관측된다. 당시 CS는 자산 600조 이상 글로벌 IB였지만 잇따른 투자 실패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UBS에 약 4조2000억원에 매각됐다.
이후 UBS는 조직 효율화와 비용절감을 목표로 전세계 CS 계열사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작년 UBS는 전세계 CS 임직원 3분의 2가량을 정리해고할 계획이며, 실제 권고사직을 실시해 약 1만명 이상 직원들을 내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엔 CS 서울지점 임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한데 이어, 올해는 한국 지점을 청산하면서 완전히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철수 결정에 작년 CS 산하 해외 계열사들이 우리나라에서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실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서 영업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CS AG(현 UBS AG)와 CS 싱가포르(CSSL)에 총 271억73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해당 회사들은 같은 금융그룹 소속 계열사나 타 증권사에 대여 중이던 증권을 제3자에게 판매하면서 리콜(중도상환 요청)을 제때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리콜이 지체되게 되면 결제불이행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CS증권 서울지점 관계자는 “현재 폐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리중인 상황이기에 정확한 일정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