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CEO는 유년시절부터 ‘경제관념’이 유별났다. 버핏의 평전 <스노볼>을 보면, 하루는 친구들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자 버핏은 계산기까지 꺼내 “지금 이 돈으로 영화 보면 50년 뒤엔 몇 배가 손해인지 알아?”라며 거절했다. 매우 검소했고 단 1센트를 쓸 때도 신중했다고 한다.
버핏이 견지한 투자 원칙의 핵심은 바로 ‘가치 투자’다. 기업의 적정 가치보다 낮은 가격의 주식을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가 이끈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주식을 사들여 장기 보유하며 수익을 냈다. 1990년대 후반 벤처붐이 일며 기술주 주가가 치솟을 때에는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투자를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핏은 ‘세계적인 갑부’란 수식어만큼이나 ‘오마하의 현인’이란 별칭으로 유명하다. 오마하는 그의 고향이다. 그를 현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부자답지 않은 소박한 삶과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해왔다. 1958년 오마하에 구입한 주택에 지금도 살고 있으며, 맥도널드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여전히 즐겨 먹는다. 2006년 기부 약속 후 580억달러(약 81조원)가 넘는 돈을 사회에 환원했고, 사후에는 남은 재산의 99%를 딸과 두 아들이 관리하는 자선 신탁에 기부할 계획이다.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거나 상속세 폐지를 반대한 부자증세 지론으로도 존경받고 있다.
버핏이 3일(현지시간)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총에서 올해 말 CEO에서 물러난다고 깜짝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자본주의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길었던 쇼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버핏은 이 자리에서 “무역은 무기가 되어선 안 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특히 “(세계) 75억 인구는 당신(트럼프)을 매우 좋아하지 않는데 3억명(미국인)은 그들이 한 일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내 생각엔 큰 실수”라며 “(무역 전쟁은) 옳지 않고 현명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인의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