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를 상대로 행동주의 활동을 펼쳐온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KT&G 전현직 임원 21명을 상대로 최대 1조 원대로 추정되는 손해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FCP는 최근 법무법인 한누리를 선임해 이 같은 내용의 주주 대표 소송을 시작했다. KT&G가 2002년부터 17년 간 자사주 1085만 주를 산하 재단·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하며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KT&G 현 주가(10만5900원)를 고려하면 1조1490억 원 규모의 자사주가 증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FCP는 지난해 1월 KT&G 이사회에 같은 내용을 담은 소제기 청구서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사측은 이사회를 대신해 소송 제기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FCP는 약 1년의 준비를 거쳐 이번에 실제 소송에 돌입한 것이다. FCP는 국내 증시의 거버넌스 개선 등을 위해 법률 비용은 전액 부담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FCP에 승소 판결이 나와도 손해배상액은 모두 KT&G에 귀속될 전망이다.
FCP는 2002년 KT&G의 민영화 당시 이사회가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하는 상황 속 산하 재단 등이 부적합한 방식으로 자사주를 넘겨 받았다고 본다. FCP의 이번 소송 제기 대상에는 민영진 전 KT&G 사장, 백복인 전 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T&G의 전현직 경영진들은 회사 측과 협력하며 FCP의 소송에 맞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소송에서는 KT&G가 산하 재단과 사내기금 등에 자사주를 넘긴 행태가 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인지 증명하는 게 골자가 될 전망이다. FCP는 회사가 자사주 의결권을 되살려내면서 전현직 임직원들이 이사회를 손쉽게 장악, 부당한 경영을 이어갔을 것으로 본다. 반면 KT&G 측은 해외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을 막아내는 등 회사와 일반 주주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절차였음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KT&G는 이번 FCP의 소송 제기로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재차 시장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현 FCP 대표는 지난해 KT&G 정기주총에서 직접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갔으나 막판 기업은행 측 추천 인사였던 손동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손 후보는 당시 사외이사로 선임돼 현재도 KT&G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FCP는 또 지난해 KT&G에 자회사 인삼공사 매각 등을 제안하는 등 공개 캠페인을 계속 벌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