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근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커버드콜(기초자산 매수와 함께 콜 옵션을 매도해 분배금 재원 마련) 상장지수펀드(ETF) 분배금 경쟁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과거 무리한 분배금 경쟁 탓에 월 지급식 펀드의 순자산이 반토막이 난 일본의 사례를 인용하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분배금 경쟁이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타겟데일리커버드콜 ETF 상장’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국내 커버드콜 ETF 시장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과거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운용사 간 과도한 경쟁은 시장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월 지급식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2015년 기준 42조 엔(약 391조 원)에서 지난해 22조 엔(약 205조 원) 수준으로 9년 새 절반 가까이 줄어 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본 운용사 간 분배율 경쟁이 심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경쟁으로 분배율이 치솟으며 자금 유입 쏠림 현상이 발생했고, 분배율을 지키기 위해 운용사들이 투자 원금을 차감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며 투자자들 사이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 ETF 운용 본부장은 “2022년 일본에서는 월지급식 펀드 1100개 중 30%가 분배금 전액을 투자 원금에서 차감해 분배했다”며 “이른바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수준에 준하는 일이 일본 시장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우리나라의 분배율 경쟁이 일본보다 더 치열하다고 짚었다. 2021년 736억 원에 불과하던 국내 커버드콜 ETF 순자산 규모가 지난 17일 기준 7조 1338억 원까지 치솟으며 급성장하자 운용사들이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일본보다 더 빠르게 목표 분배율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2022년 이전 7%에 불과하던 국내 커버드콜 ETF 목표 분배율 평균이 지난해 하반기 16%까지 올라오는 등 목표 분배율 증가 속도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며 운용사 간 분배율 과잉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오는 21일 상장 예정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타겟데일리커버드콜' ETF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평균치(16%)를 하회하는 연 12%의 목표 분배율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적정 분배율을 유지해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12% 이상을 지급할 수 있는 분배 재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배 한도를 낮춘 것도 해당 ETF가 1~20년 후에도 투자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현금을 제공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아울러 투자자들에게 과잉 분배를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최근 국내 커버드콜 ETF 시장에도 다양한 목표 분배율 상품이 출시되고 있는데 기초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뛰어넘는 과도한 분배금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