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떠안고 있는 막대한 부채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 시간) 홍콩 GMT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BYD가 협력 업체들에 대한 대금 결제를 미루는 등의 방식으로 부채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BYD의 대차대조표에서 매각 및 차입된 매출 채권을 제외하고 90일 이상 경과된 미지급금을 부채로 반영한 결과 순부채 규모는 3230억 위안(약 63조 9507억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BYD가 공식 발표한 순부채(277억 위안)의 11배 수준이다.
BYD가 공급 업체에 지불하지 않은 미지급금은 최근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BYD의 재무제표에 기입된 ‘기타 미지급금’은 2021년 말 413억 위안에서 지난해 12월 1650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GMT리서치는 BYD가 기타 미지급금에 대한 세부 정보를 밝히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았다. BYD와 달리 중국 지리자동차의 경우 같은 기간 874억 위안을 기록한 기타 미지급금 목록에 지급 대상과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블룸버그는 “BYD가 회계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중국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BYD의 실질적 재무 상황을 파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BYD가 공급 업체들에 대금을 결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BYD는 2023년 부품사 등에 대금을 지급하기까지 평균 275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 업체들의 대금 지불이 보통 45~60일 내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오래 소요되는 셈이다. 앞서 그레이스 타오 테슬라 부사장은 “테슬라는 공급 업체에 90일 이내에 대금을 결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BYD와 함께 니오·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대금 결제 역시 수백 일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이젤 스티븐슨 GMT리서치 연구원은 “BYD가 ‘공급망 금융’에 중독된 것처럼 보인다”며 “위험은 (투자자들이) 조건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얼마나 빨리 대금이 지급될 수 있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