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 반대 입장에 따른 불매 운동이 과열되고 있다.
최근 이모(39)씨는 유제품 제조 기업 ‘푸르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이벤트 게시물에 “불매한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푸르밀 신준호 회장의 사위라는 이야기를 SNS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해 당 초선 김재섭 의원에게 “1년 뒤에 국민은 다 잊는다. 탄핵에 반대해도 다 찍어준다”고 말 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이 게시물에는 “(이벤트) 1등 하면 전두환 사위랑 밥 먹는 거냐”, “윤상현 맛 우유는 안 나오냐” 등 푸르밀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댓글이 50개가량 달렸다. 윤 의원 지역구에 거주한다는 이씨는 “국회의원을 5선까지 한 사람이 이같은 말을 한 게 용서가 안 된다”며 불매 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이런 불매 운동 현상은 지난 9일 온라인에서 ‘(계엄) 논란 브랜드 정리’라는 리스트가 퍼지면서 심해졌다. 이 리스트에는 치약 상표부터 섬유유연제, 화장품, 패션 회사 등이 두루 언급됐다. 글쓴이는 “해당 기업들은 윤석열 정부와 깊은 연관이 있다”며 불매 운동을 제안했고, 글은 2만회 이상 공유됐다.
불매 대상이 된 기업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한 정무수석의 이름과 창업주 이름이 유사하단 이유로 불매 운동 명단에 잘못 오른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의 홍보팀은 “이번 불매 운동으로 가맹점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로 이슈가 됐던 화학약품 생산 기업들에 유리한 정책을 폈다는 이유로 특정 생활화학제품 기업이 불매 운동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기업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습기 살균제’는 탄핵 정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문제가 된 제품은 우리 기업 제품도 아니었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한 뷰티 브랜드의 경우 대표가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SNS 계정을 팔로우했다는 이유로 불매 운동 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문화계에도 불매 운동 여파가 미쳤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 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영화 ‘소방관’을 제작한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퍼지며 영화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곽경택 감독은 지난 12일 “대한민국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전 세계에 창피를 준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핵 집회에 나선 팬들을 위해 ‘음식점 선결제’에 나섰던 가수 아이유에 대해서도 일부 보수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아이유가 현재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기업 브랜드를 나열한 목록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불매운동은 아동노동 착취나 환경오염, 전범 기업처럼 인류애적 가치에 반하는 기업에 대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정치적 신념으로 갈라져 양측에서 서로 불매운동에 나서면 내수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예술학과 교수는 “예술은 사회의 일부인만큼 예술가가 사회 현상에 대한 의견을 밝히거나 예술 작품 안에 사회적 이슈가 담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불매운동이 잠깐의 주목 효과는 있겠지만, 국내 문화 소비자들의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진 만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운 자정 작용이 이뤄질 것”이라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