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빅테크의 ‘러브콜’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서비스 금지 위기에 처한 틱톡은 ‘원수’인 트럼프의 문전박대를 뚫고 만남을 성사시켰다.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차단하기까지 했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애플·넷플릭스·아마존 CEO 및 창업자들이 미 동부 끝자락 플로리다에 자리한 트럼프의 마러라고 자택을 앞다퉈 찾으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콧대 높게 할 말 다하던 빅테크가 돌아온 트럼프의 복수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은 16일(현지 시간) 마러라고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틱톡에 따뜻한 감정을 갖고 있고 내가 젊은 유권자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배경에 틱톡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틱톡의 미국 퇴출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살펴보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트럼프는 기자회견 직후 추쇼우지 틱톡 CEO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추 CEO는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나 조언을 구했고 이달 초에도 마러라고를 찾았으나 트럼프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이 사실상 ‘삼고초려’ 끝에 트럼프와의 만남을 성사시킨 셈이다. 당장 내년 1월 19일 발효될 예정인 ‘틱톡 금지법’을 철회시킬 ‘동아줄’을 잡기 위한 안간힘이다. 현재의 법안대로면 틱톡은 1월 19일까지 미국 내 서비스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틱톡은 트럼프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동시에 미국 연방대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금지법 시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의 취임일은 법안 시행일 하루 뒤인 1월 20일이다. 우선 가처분으로 시간을 번 뒤 트럼프의 구제를 기다리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틱톡 금지법이 트럼프 1기에서 추진됐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사실상 대부분의 빅테크 업체들이 틱톡과 비슷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지녀왔고 트럼프 1기 재임 기간과 재선 캠페인 도중 심각한 마찰을 빚어왔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 기간 중 자신이 당선되면 감옥에 보내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했던 저커버그 CEO는 앞장서 고개를 숙인 대표적인 인물이다. 저커버그는 11월 말 추수감사절 연휴 직전 마러라고를 찾아 트럼프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암살 시도 직후에도 전화를 걸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메타가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 조작을 해왔다고 주장해왔고 페이스북은 2021년 미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 직후 트럼프 계정을 정지했으나 지난해 초 복구시켰다. 이달 13일에는 팀 쿡 애플 CEO가 마러라고를 찾아 트럼프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빅테크 CEO들의 구애가 이어지면서 트럼프와의 만남 일정도 빡빡하다. CNN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17일 트럼프를 찾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민주당을 공개 지지한 것을 만회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에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마러라고를 향한다. 베이조스는 진보 성향 정론지인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하고 있다. 트럼프는 WP가 자신에게 비판적이라며 1기 재임 중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미 국방부 클라우드 계약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은 바 있다. 이에 베이조스는 이번 대선에서 WP의 민주당 공개 지지를 막아서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현명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