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 사고 등 재해 발생으로 건설 현장의 공기(工期)가 지연될 때 하도급 업체가 추가 비용 부담을 책임지던 관행이 개선된다. 공기가 늦어지는 만큼 전체 공사 기간을 의무적으로 늘려 하도급 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17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하도급 대금 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하도급법은 따라 설계 변경이나 경제 상황 변동 등 조정 사유가 발생하면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증액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공사 중단은 하도급 대금 조정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재가 발생했을 때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원청보다 하도급 업체가 더 큰 경제적 피해를 받는 현재 구조는 불합리하다”며 “산재가 발생하면 대금 조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상 산업재해가 일어나면 공사 현장은 즉시 중단되고 안전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작업이 불가능해진다. 이 기간 발생하는 막대한 장비 임차료와 현장 유지비, 대기 인건비 등이 하도급 업체에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대우건설·DL건설·포스코이앤씨 등 3개 건설사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중대재해 사고로 등 3개 건설사에서만 200여 곳이 넘는 현장이 멈춰섰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 발생 현장에 대해 해당 작업 또는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 한해 부분 작업중지를 원칙으로 명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평균 27.9일간 공사 현장이 중단됐다. 이들 건설사 3곳이 공사 중단으로 감당할 비용이 393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건설사 공사 현장이 중단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하도급 업체를 비롯해 협력 업체, 일용직 근로자들이 더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공사 중단에 따른 장비 대여비 등 경제적 비용에 대해 원청이나 원사업자가 비용을 보전하지 않아도 별다른 법적 제재 수단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 업체는 산재로 인한 공사 중단이 발생할 경우 원청에 비용 보전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거래 관계가 끊길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지 않거나 협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중견 건설 업체의 한 대표는 “사고가 나면 하루 수백만 원씩 손실이 난다”며 “원청이 보전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우리 회사 손실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9월 말에 주요 건설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산재 발생 후 공사 중단이 발생할 경우 하도급 대금 조정이 원청의 법적 의무가 되도록 하도급법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한편, 이같은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등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산재 발생 시 공기 연장 의무화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공기 연장이 보장되지 않으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하도급 업체가 야간작업이나 돌관(공기 단축) 작업을 강요받게 되고, 이는 다시 안전사고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작업은 인건비가 주간보다 2~3배 더 들어가기 때문에 중소 건설 업체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야간작업이나 무리한 작업을 강행할 경우 산업재해 발생 위험도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다만 산재 발생 시 공기 연장 의무화를 추진할 경우 아파트 입주 일정 지연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 공정위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건설은 책임준공제 원칙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시공사가 약속된 준공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신탁사 등 보증 주체가 이를 대신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발생하게 돼 공기 연장 의무화와 충돌하게 된다. 입주민의 입주 일정도 예정돼 있어 공기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변수다. 공정위는 조만간 하도급 거래 공정화 대책 관련 세부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법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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