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이 연구용역만…‘2030년 장기이식 6%’ 공염불 될 판 [View&Insight]

2025-11-25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종합계획'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 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후 장기기증’(DCD) 제도를 도입해 2024년 3.6%에 불과했던 장기기증 희망 등록률을 2030년 6%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할 예산과 입법 계획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하루 평균 8.5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절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첫 종합계획이 공염불에 그칠까 우려된다.

25일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를 보면 “2026년에 소요 예산을 추계하고 세부 지침 및 연차별 추진 계획을 마련해 안정적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내년에는 DCD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종합계획 첫 시행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도 계획에 대해 “5000만 원 상당을 투입해 연구용역을 진행할 것”이라며 공고 시점 등은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DCD에 대해서는 장기기증을 위한 인위적 사망시간 조정은 비윤리적이라는 등 윤리적 논란 소지가 있어 ‘입법 전제 없이 시범사업도 못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복지부는 “연명의료 제도와 연계, 사망 시점 등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를 신속히 진행하는 한편 예산 추계, 하위법령 개정, 세부 지침 마련, 체외 관류기기를 비롯한 신의료기기 도입 등 필요시 연구용역을 병행해 연차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종합계획은 2023년 6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근거가 마련된 후 대한이식학회의 연구용역과 정책 포럼, 공청회,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논의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DCD는 유럽·북미·호주 등 30여 개국에서 25년 넘게 표준적으로 운영돼 온 제도다. 현장 의료진들 사이에선 DCD가 현행 뇌사 중심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장기이식 기회를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정부 계획안에도 ‘DCD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 및 시범 이식 추진’이 명시됐지만 2026년도 예산안에는 관련 사항이 반영돼 있지 않다. 관련 예산 없이는 내년에 제도 설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장기이식 환경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뇌사 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2024년 397명으로 줄어들었는데 같은 기간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3182명에서 5만4789명으로 급증했고 대기 중 사망자도 2019명에서 3096명으로 1.4배 늘었다. 장기등이식법 개정안이 2023년 11월 발의됐지만 2024년 5월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돼 논의만 2년째다. 계획을 현실로 만들려면 DCD 제도 시행을 위한 세부 지침 마련 및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