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올림픽 및 패럴림픽 위원회(USOPC)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트랜스젠더 여성이 올림픽 여성 스포츠 종목에 출전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USPOC가 웹사이트에 “행정명령 14201호에 따라 여성이 공정하고 안전한 경쟁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변경 사항을 게시했다고 보도했다.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 배제’라는 제목의 행정명령 14201호는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가 여성 스포츠팀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하고 트랜스젠더 선수의 참여를 허용한 단체에 연방 정부의 기금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SPOC는 지침 변경에 관해 “연방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기관으로서 우리는 연방 정부의 기대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새로운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전국 기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USOPC의 새로운 정책은 모든 연령대의 스포츠 행사를 감독하는 기관들이 이제 이 선례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USOPC는 변경된 규정에 직접적으로 ‘트랜스젠더’ 등의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NYT는 “USOPC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올림픽 여성 종목 참가를 금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조용히 변경했다”며 “짧고 모호한 문단으로 표현된 정책은 ‘트랜스젠더’나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 배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제목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성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을 배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펜싱협회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남성 부문에서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논바이너리(생물학적 남녀 구분을 벗어나 자신을 정체화하는 사람), 트랜스젠더 남성, 인터섹스(간성) 선수 모두 남성 부문에만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 규정은 오는 8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전미대학체육협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14201호 서명 후 여성 스포츠 경기의 출전 자격을 “출생 시 여성으로 지정된 사람”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시민사회에서는 USOPC의 움직임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여성법률센터 회장 파티마 고스 그레이브스는 “정치적 요구에 굴복함으로써 USOPC가 자국 선수들의 필요와 안전을 희생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사이클 BMX 레이싱 여성 종목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첼시 울프를 대체 선수로 출전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