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다. 5강 순위 싸움 속에 매일 희비가 엇갈린다. 타 팀 경기를 보는 표정도 매일 달라진다.
이숭용 SSG 감독은 5일 인천 롯데전에 앞서 전날 열린 수원 KT-LG전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KT가 경기 후반까지 앞섰지만 8회초 터진 문성주의 만루홈런으로 LG가 승리했다.
LG는 단독선두를 달리는 안정적 1위고, KT는 치열한 5강 경쟁 그룹 안에 있다. 3위로 앞서 있기는 하지만 계속 순위를 다퉈야 하는 SSG에게는 KT가 라이벌이다. 한때 반드시 꺾고 싶었던 모두의 적 LG가 이제는 순위 경쟁에서 혼자 이탈해 있고, 5강 경쟁 팀들에게는 ‘적을 꺾어주는 내 편’이 되곤 한다.
전날 광주 KIA전이 폭우로 취소돼 일찍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한 이숭용 감독은 자택이 수원에 있다. 귀갓길에 수원 경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숭용 감독은 “광주에서 올라올 때는 LG가 지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환호성이 들렸다. 집에서 수원 야구장이 보이는 (가까운) 거리다. 그래서 TV로 보니까 문성주가 만루홈런을 치고 돌고 있더라. 뜻하지 않게 굉장한 장면을 봤다”고 웃었다.
KT는 이날 경기 전까지 3위 SSG에 1.5경기 차 뒤진 공동 4위였다. 그러나 이 홈런을 맞고 역전패 하면서 SSG에 2경기 차 뒤진 6위로 내려갔다.

또 한 편에는 롯데가 있다. 롯데는 현재 SSG가 차지하고 있는 3위의 원래 주인이었다. 8월 이후 미끄럼틀을 타고 쭉 내려와 5강 생존을 위해 여러 팀과 싸우고 있다.
롯데는 앞서 3일 KT와 맞대결에서 8-9로 져 KT에 0.5경기 차 뒤진 6위로 떨어졌지만, 4일 경기 없이 쉬는 동안 KT가 LG에 잡히면서 KT와 승차를 다시 없애고 5위가 됐다. 롯데 역시 SSG에 2경기 차 뒤진 채로 이날 맞대결을 갖는다.
마치 하루살이 같은 5강 경쟁의 매일 속에서 김태형 롯데 감독은 겉으로라도 태평한 자세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전날 LG-KT전에 대해 “내가 (이강철 KT 감독을) 위로 할라다가···”라고 말을 줄이며 농담으로 동병상련의 심정을 드러냈다. 당장 롯데도 이날 SSG전 결과에 따라 3위를 1경기 차로 따라붙을 수도, 5위권 밖으로 또 이탈할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선발 등판하는 벨라스케즈의 호투를 기다리면서도 “그냥 마음이 편하다”고 반어법도 썼다. 김태형 감독은 “승부가 뭐 있나. 막아내고 쳐야 된다. 기 싸움을 이겨야 되는데 던지기 전에 걱정하고 그럼 오히려 안 된다”고 선수들에게도 평정심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