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NC 이호준 감독이 이례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다.
NC는 3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6으로 패했다. 5강 싸움이 한창이었던 NC였기에 이번 한화전 패배는 뼈아팠다. NC는 57승 6무 59패로 공동 4위인 삼성-kt와 2경기 차로 벌어졌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9회 이호준 감독은 홍종표의 도루 실패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상황은 이랬다. 5-5 동점이던 9회 초, 선두타자 도태훈이 한화 마무리 김서현의 공에 맞으며 출루했다. 승부처에서 이호준 감독은 곧바로 발 빠른 홍종표를 대주자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교체가 독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타석에는 오영수가 들어섰다.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김서현의 시속 153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가르던 순간, 1루 주자 홍종표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이 도루 시도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한화 포수 허인서는 주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고 강한 송구를 뿌렸다. 송구는 2루 오른쪽, 홍종표의 주루 경로를 완벽히 차단하는 위치로 향했고, 유격수 하주석이 몸을 날려 태그에 성공했다. 그대로 아웃. 무사에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며 기회를 키울 수 있던 상황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를 지켜본 이호준 감독은 순간적으로 선글라스를 벗어 던지고, 머리를 쓸어 올리며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잡혔다. 그의 입 모양은 분명 "뭐하냐, 가지 말라고 했잖아"였다. 중계석에 있던 정민철 해설위원도 "감독의 사인과 달리 주자가 임의로 뛴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그 장면은 야구 원론으로 따져도 도루를 시도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점수가 여러 점 필요한 것도 아닌 1점 승부였고, 무사 주자 1루였다. 희생 번트나 진루타, 혹은 히트 앤드 런 같은 작전으로 주자를 안전하게 진루시키는 것이 정석이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마무리 김서현이 이미 제구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도태훈에게 사구를 내준 직후였고, 오영수와의 승부에서도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홍종표 같은 빠른 주자가 리드 폭을 넓혀 심리적 압박을 주는 것만으로도 투수-포수 배터리를 흔들 수 있었다. 그게 팀에 더 유리한 흐름이었다.

즉, 이호준 감독의 작전 의도는 분명했다.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하기보다 강공으로 승부하면서 동시에 주자가 흔들어주는 그림을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홍종표는 사인을 무시했거나 잘못 이해한 채 도루를 강행했고, 결과적으로 팀의 득점 기회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문제는 사인 전달 과정에서도 있었다. 뛰지 말라는 신호가 내려갔다면 이를 1루 코치 김종호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 혹은 홍종표가 코치의 사인을 놓쳤을 가능성이 모두 제기된다. 어느 쪽이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도루를 지시해 실패했을 경우에는 화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처럼 "하지 말라"는 작전을 어기고 나간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호준 감독이 격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 장면은 홍종표의 리드와 반응 능력, 즉 '게임 리딩력'의 부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NC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허무하게 내준 뒤에도 권희동의 볼넷, 박시원의 안타로 2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끝내 점수를 올리지 못해 더욱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회를 살리지 못한 대가는 곧바로 돌아왔다.
9회말 이후 비로 인해 경기가 42분간 중단된 뒤 재개됐고, 분위기를 되찾은 쪽은 한화였다. 결국 연장 10회말, 황영묵이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한화가 6-5로 승리했다. 반대로 NC는 감독이 경기 도중 분노할 만큼 뼈아픈 사인 미스와 함께 뼈저린 패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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