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에게 부모의 마음을 바라는 건 무리일까요?…저출생 사회, 배려도 부족

2025-03-10

서울시 양육자 55.3% “이웃이 아이 소음 참지 않아”

초등 저학년 아들을 키우는 40대 김모씨는 층간소음 가해자로 살다가 얼마 전 아파트 1층 집으로 이사왔다. 더 이상 아랫집 이웃은 없었지만, 새로 이사온 집은 ‘측간 소음’이 매우 취약했다. 옆집 TV소리 뿐 아니라 사람 음성이 들리곤 했다. 집 구조상 거실이 맞붙어 있는 것도 한 원인이었다. ‘오래된 아파트라 방음이 안 되나 보다’고 김씨는 생각했다.

어느 날부터 옆집 젊은 부부가 찾아와 ”그댁 애 목소리가 시끄럽다. 조용히 좀 해달라”며 주의를 주기 시작했다. 아이가 떼쓰거나 소리 지르는 소리가 옆집에 들린다는 것이었다. 양쪽 집 소음이 들리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아이가 있으니 아무래도 더 피해를 주겠지’라며 김씨는 “죄송하다”고 했다.

그런데 큰 소리가 난 적 없다고 생각한 어느 날, 옆집이 또다시 찾아왔다. 아이는 겁을 먹고 방에 숨어들었다. 옆집 부부는 아이가 듣고 있는 상황에서 “당신네 집 애 목소리가 거슬린다”고 지적했다. 김씨도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그쪽 집 소음은 안 들리는 줄 아느냐”며 고성을 주고 받았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에게 아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건 무리겠죠.” 김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저출생 현상으로 인한 출생아 수 감소는 직접적인 양육 경험이 있는 성인이 줄어드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아동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양육 경험이 배려심과 정비례하는 건 아닐지라도, 대체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육자 상당수가 아동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서울시 양육자의 55.3%는 ‘아이들이 일으킨 소음을 이웃에서 참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이가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울면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준다’고 답한 부모는 75.3%였다.

‘2024년 서울시 양육자 생활 실태 및 정책 수요 조사’ 연구진은 지난해 0~12세 자녀를 양육 중인 서울시 거주 양육자 3000명(여성 2018명, 남성 9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53.2%는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타면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또 32.2%는 아이를 동반하고 공공장소를 이용할 때 제한 받거나 지적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도심권에 거주하는 양육자의 불편 경험이 49.4%로 가장 높았다. 주요 도심일수록 상업 지구가 밀집해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많고, 아이와 함께 이용하기 편한 장소가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응답자들은 양육 친화적인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81.4%는 ‘카페나 음식점 등에 아동 출입 자체를 제한하기 보다는 삼가야 할 특정 행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고, 77.2%는 ‘카페나 음식점 등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공공장소를 아동과 함께 이용해야 하는 양육자를 고려해 아동과 부모를 환대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며 “서울시는 서울키즈 오케이존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지속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안전과 편의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 문화 등이 양육 환경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변수임이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