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규모 주택 수요가 일어났다. 당시 정부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받는 국민주택(국평) 규모는 59㎡(공급면적 기준 26평형) 이하로 정의됐다. 그러다 중산층이 늘면서 넓고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자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에 새로운 국민주택 개념이 도입됐다. 집이 없는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임대·분양하자는 취지에서 전용면적 85㎡(33∼34평)가 50년 넘게 우리나라 서민 아파트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만 해도 전용면적 85㎡는 중·대형에 가까운 면적이었다. 국민주택 규모가 왜 85㎡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인당 최소 주거 면적을 5평으로 잡고 가구원 수를 5명으로 계산했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0년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 수는 5.2명이었다. 현재 민간이 제공하는 주택 면적의 90% 가까이가 85㎡로 구성돼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에서 84.96㎡(12층) 1가구가 70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고 한다. 사상 최초로 3.3㎡(1평)당 2억원이 넘는다니 말문이 막힌다. 세빛섬과 한강, 남산공원이 보이는 프리미엄 매물이라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2주 전엔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가 28억4000만원(20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해당 평형 호가는 최고 33억원까지 치솟았다. 강남 3구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교통·교육 여건이 좋은 곳에 수요가 몰리는 건 시장의 특성이다. 시인 유하는 1991년 시집에서 강남의 압구정동을 ‘체제가 만들어낸 욕망의 통조림 공장’이라고 묘사했다. 지금의 ‘강남불패’는 강남에 사는 사람이 만든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산을 집중적으로 몰아준 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주택이 더는 ‘국민’이 살 수 없는 곳이 된 강남.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집중화 문제는 또 다른 자산·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최근 토지거래허가제를 둘러싼 오락가락 행정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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