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령 위반으로 보긴 어렵지만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에 해당"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활용 회수선별업체에게 높은 등급을 준 공무원이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이같은 행위가 내부 지침 위반에 해당해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업무의 목적을 위반해 부정 청탁에 따른 직무수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회수선별업체가 재활용업체에게 적절하게 인계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인계량에 따른 회수선별지원금의 적정한 단가를 산정하기 위해 회수선별업체를 상대로 그 업체가 회수·선별 후 재활용업체에 인계하는 포장재의 품질을 평가하는 등급조사 업무를 실시한다.
한국환경공단 과장인 김씨는 2018년 회수선별업체인 A사 대표 B씨 등으로부터 A사에 적용되는 회수선별지원금 단가가 인상될 수 있도록 A사가 회수·선별 후 재활용업체에 인계하는 포장재의 등급을 상향시켜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A사의 회수품 등급을 'A등급'으로 산출·등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김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본인의 지휘·감독을 받는 업체 대표들과 수시로 어울리면서 골프를 치는 등 유착관계를 형성해 왔고, 결국 A사 대표 B씨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는 해당 업체의 회수품 등급을 A등급으로 산출해 부당한 지원금 교부를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에게 적용된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구 청탁금지법 제6조가 정한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이 형법 제131조 제1항이 정한 수뢰후부정처사죄의 '부정한 행위'와 동일하다는 취지로 1심 판결을 유지했으나, 구 청탁금지법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면 두 행위는 동일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씨의 행위가 한국환경공단 내부적 업무처리 기준 지침을 위반한 것에 불과해 구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 제12호에서 정한 '법령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등급조사 업무 목적을 명백하게 위반했기 때문에 같은 조항 제15호에서 정한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구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은 제12호에서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판정 업무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평가 또는 판정하게 하거나 결과를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 제15호에서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의 부정청탁의 대상이 되는 업무에 관해 공직자 등이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지위·권한을 벗어나 행사하거나 권한에 속하지 않은 사항을 행사하도록 하는 행위'를 공직자 등에게 부정하게 청탁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원심 설시 중 일부는 적절하지 않지만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살펴보면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시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