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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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밥심이라는데 정작 밥맛을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최근 국내 최초로 진행된 ‘경기미 소믈리에’ 교육과정을 기획·운영한 함승일 밥 소믈리에(45).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에서 주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함 소믈리에는 지난 1, 2일 이틀간 ‘경기미 소믈리에’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이번 교육은 단순한 이론 강의가 아닌, 직접 밥을 맛보고 품종별 향과 식감을 구별하는 실습 중심의 ‘밥맛 트레이닝’으로 구성됐다.
모집 정원 30명에 330명이 몰렸을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함 소믈리에는 “밥맛을 단순히 찰기 하나로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단맛, 식감, 윤기, 향기 등 다양한 기준으로 밥맛을 설명하고 구별할 수 있어야 좋은 쌀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쌀 소믈리에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해 일본에서 ‘밥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하면서부터다. 일본은 고품질 쌀 시장이 이미 정착돼 있고 이를 소비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함 소믈리에는 “와인에는 향, 산미, 바디감 같은 표현이 있는데 쌀에는 그런 언어가 거의 없다”며 “경기미의 우수성을 전달하려면 먼저 우리가 밥맛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그간 고시히카리 등 일본계 품종 중심의 ‘맛있는 쌀’ 지역으로 인식돼 왔지만 2019년부터는 자체 품종 개발에도 속도를 냈다. 대표 품종인 ‘참드림’은 현재 경기도내 재배 점유율 1위에 근접할 만큼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함 소믈리에는 “품종 개발만으론 부족하다”며 “소비자가 밥맛을 평가하고 더 좋은 쌀에 더 많은 값을 지불하려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농업 구조도 바뀐다”고 했다. 요리에 따라 품종을 고르고 고급 쌀이 선물로 쓰이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생산자도 양보다 질을 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교육에 참가한 수강생 가운데는 외식업계 종사자, 식품 브랜드 관계자 등 쌀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함 소믈리에는 “밥맛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유통 단계부터 쌀의 품질이 차별화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맛있는 쌀이 더 비싸게 팔리는 구조로 연결돼야 농업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그의 명함엔 농촌자원과 기술사업팀이라는 소속 옆으로 ‘밥 소믈리에’라는 직함이 함께 적혀 있다. 밥맛을 연구하고 알리는 그의 역할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커피와 와인 감별에도 한때 깊이 빠졌던 그는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고품질 쌀 국민평가단’ 활동도 병행하며 ‘맛있는 쌀’ 찾기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끝으로 함 소믈리에는 “소비자가 ‘이 쌀이 더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그래서 쌀이 다시 가치 있게 소비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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