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 없을 것 같던 더위도 지나고, 날이 선선해졌다. 거리에는 낙엽도 쌓이기 시작했다. 이 맘때면, 선선해진 날씨를 좋아하기보다, 걱정과 두려움이 커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다.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비롯한 모든 수험생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그 이상을 준비한 수험생에게 11월 13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수시 제도가 있어, 수능과 상관 없이 대학을 입학하는 전형도 있지만, 상당수 중상위권 대학은 수능 최저를 요구하고 있어 수시를 준비하는 상당수 학생에게도 이날은 여전히 중요하다.
올해도 예년만큼 대학 입시에 변화가 많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가장 큰 변화은 의대정원 변화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전년에 4695명으로 늘었다가 3058명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하는 의대 정원도 1215명 감소했다.
의대 정원이 줄어, 의대를 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엔(N)수생으로 뛰어든 수험생은 전년보다 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규모다. 실제 수능 전초전이라 불리는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엔수생이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화 비슷한 규모다.
또 하나의 변화는 고3 학생 수 증가다. 과거 출산율을 큰 폭으로 끌어 올렸던 일명 '황금돼지띠'라고 불리는 2007년생이 올해 고3이 됐다. 9월 모평에 응시한 고3학생수는 41만210명으로 전년 38만1733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래 저래 치열한 경쟁은 올해도 이어지는 셈이다.
수능 난이도에 대한 전망도 다양하다. 지난해 수능은 교육당국 발표에 따르면 대체로 무난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은 과목에 따라, 상당히 어려웠다고 느꼈다. 이로 인해 교육당국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올해는 정권이 바뀌었다. 따라서 다시 킬러문항이 복원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수험생들에게 변별력을 주기 위해 킬러든, 준킬러든 어려운 문제는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 외에도 무전공학과 확대, 첨단학과 신설, 학교폭력 가해 이력 의무반영 등도 변수 중 하나다.
수능까지 남은 한달. 수험생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것보다 기출문제 풀이 중심으로 그동안 공부해 왔던 부분을 정리하는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실전 감각을 키우는 시기다. 지난 3~5년간 기출문제를 한 세트씩 맞춰 풀어보고, 모의고사를 통해 실전 연습을 하면 좋다. 이때 실제 수능과 동일한 상황과 시간을 정해 훈련해야 한다. 틀린 문제를 다시한번 풀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훈련도 해야 한다. 고난도 문제 풀이 반복 등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실수를 줄이는 것도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이 외 수면시간 조절, 적절한 건강관리 등도 지금부터는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수능을 앞둔 모든 수험생들이 그동안 노력해 왔던 만큼의 충분한 결과를 얻기 바란다.
한가지 셍각해 볼 것이 있다. 언제까지 모두가 똑같은 시험을 보고, 그 기준으로 평가를 받아야 할까. 사람마다 갖고 있는 재능이 모두 다른데, 또 인재로 성장하는데 있어 필요한 역량은 분야마다 모두 다를텐테. 수능이라는 하나의 시험 만으로, 그동안의 노력을 모두 평가한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곳곳에서 대입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진다. 대입 제도도 이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편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