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과잉공급 고착화…정부재정 부담 우려에 가격 하락 역효과·형평성 문제도
고추·마늘·양파·무·배추 등 5대 채소에 연간 1조 2천억 이상 재정 소요 예측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취임 후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 25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어서 윤 대통령의 26번째 거부권 행사대상이 될 야당 단독 처리 법안이 무엇이 될지 주목된다.
현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다음 거부권 대상은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 4건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밀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되, 양곡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시 그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는 내용이다. 쌀을 생산하는 농민에게 특혜나 다름 없는 내용이다.
쌀 공급 수량에 관계없이 가격을 유지해 해당 이익을 확보해줄 뿐더러, 정부에게는 막대한 재정 부담이 우려된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또한 주요 농산물에 최저가격 보장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추·마늘·양파·무·배추 등 5대 채소에 대해 연간 1조 2000억 원 이상의 정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가격을 보장하는 특정 품목으로 생산이 쏠릴 것이고 이에 따라 공급 과잉, 가격 하락, 정부 보전, 재정 소요의 악순환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재해보험법은 위험도와 무관하게 재해 보험료를 책정해 지급하자는 내용으로, 재해 발생 위험도가 높을수록 보험료율이 올라가는 보험료 책정 원리를 무너뜨린다. 정부는 가입자 간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켜 현행 보험료 책정체계가 훼손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해대책법의 경우, 재해가 발생하면 발생 이전에 투입된 생산비를 보장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삼는다. 재해보험과 재해복구대책의 근간을 무너뜨린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 4개 쟁점법안에 대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이라며 "이번에 양곡가격안정제도까지 추가된 '양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쌀이 더 남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송 장관은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대로 위험도와 피해율에 따라 보험요율을 올리는 것을 다 없애면 이건 보험이 아니다"라며 "재해 수준의 법"이라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