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업계가 올해말 일몰 예정인 전기요금 할인 특례 연장을 촉구하는 가운데, 국회가 내년도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지원을 위해 정부 예산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한국전력공사가 특례 연장 불가 방침을 거듭 표시하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차선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축업계에선 영구적인 전기요금 할인 적용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부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공개된 국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심사자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내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 가운데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지원사업 예산을 신규 편성해 400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농식품부도 증액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은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의 일몰을 대비해 요금 인상분에 대한 한시적인 예산 지원을 위해 도입됐다.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는 한·영연방 3개국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2014년 도입이 결정된 후 2015년부터 적용됐다. 할인율은 20%로, 올해말 일몰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소·돼지 등 포유류 도축장 69곳과 닭·오리 등 가금류 도축장 50곳이 적용받은 할인금액은 271억원으로 추정된다. 올 10월 한전은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1㎾h(킬로와트시)당 10.2% 인상했다.
예산 증액안(400억원)은 이같은 인상분에 더해 20% 할인이 종료된 상황까지 가정한 뒤 30%가량 전기요금이 오를 것을 고려해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가 예산 지원방안을 내놓은 데는 산업부와 한전이 전기요금 할인 특례 연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두 기관은 한전의 적자 누적으로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가 정상적으로 종료돼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해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 국정감사에서도 산업부·한전이 간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하자 농해수위 의원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라며 “농식품부도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전했다.
도축업계에선 제도 일몰이 임박한 상황에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한시적 예산 지원이 아닌 영구적으로 전기요금 할인이 이뤄질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이정희 우진산업 대표는 “매년 관련 예산을 확보해 대응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영구적인 전기요금 할인이 적용되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축장이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도축장의 한국표준산업분류 코드를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도축장은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상 제조업으로 분류돼 있다. 산업부는 이를 근거로 도축장에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이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이인용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규제총괄과장은 “도축장의 표준산업분류 코드를 제조업에서 농업서비스 등으로 변경하면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농식품부가 통계청과 협의하는 등 관련 절차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