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진단]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철도지하화 사업과 관련해 “사업 주체와 재원 조달 등 구체적인 사업 시행 방안을 연말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선도사업(1차 사업) 선정에 대해선 “사업계획(제안서)을 제출한 5개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하겠다”고 말했다. 선도사업 선정을 내년으로 늦춘다는 의미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 10월 말 서울·부산·인천·대전·경기 등 5개 지자체에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제안서를 접수한 뒤 여러 단계의 평가를 거쳐 12월에 1차 사업대상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두 달 만에 관련 일정이 연기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지하화 관련 특별법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사업 추진원칙이나 구체적인 사업시행자의 자격 등을 먼저 정리하는 게 순서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도사업 선정은 그런 세부사항들이 정리된 뒤에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철도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는 결이 사뭇 다르다.
사업제안서를 낸 지자체 중 일부가 너무 과도한 사업 범위를 제안한 데다 이를 마치 실제로 다 실행할 것처럼 발표하면서 국토부 계획에 상당한 혼선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애초 국토부는 사업계획의 타당성, 사업비 추정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정말 될만한 사업만을 우선 추릴 계획이었는데 일부 지자체가 너무 앞서 나가면서 당황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경부선 일대 34.7㎞와 경원선 일대 32.9㎞를 지하로 옮기겠다고 제안했다. 예상 사업비는 총 25조 6000억원에 달한다. 부산시는 경부선 구포~가야차량기지(8.9㎞)와 부산진역~부산역(2.8㎞)을 포함하는 11.7㎞ 구간을 대상으로 신청했다.
대전시는 대전역과 조차장역사만 재구조화하는 방안(예상사업비 2조원)을 제출했다. 인천시는 경기도와 공동으로 경인선 도심 통과 구간(22.6㎞)의 지하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또 자체적으로 안산역~한대앞역 구간(5.1㎞, 안산선)과 석수역~당정역 구간(12.4㎞, 경부선) 지하화도 추진한다. 여기에 들 사업비는 17조 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철도업계 안팎에선 문제가 된 지자체로 서울시를 꼽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23일 시내를 통과하는 대부분의 철도를 지하로 넣고 상부를 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시민 생활 개선은 물론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철도 지하화를 한 치 차질도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날 발표가 마치 계획이 확정돼 곧 추진될 것처럼 보여졌다는 점이다. 오 시장은 정부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강조했지만 정작 발표는 선도사업 선정권을 가진 국토부와 별 상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토부 관계자가 서울시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철도지하화 사업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선정한 철도지하화 제안서 평가위원들이 서울시 발표를 보고는 당초 선도사업 선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좀 더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의 과도한 사업대상 제안과 섣부른 발표가 관련 일정을 미루게 한 요인이라는 얘기다. 이제 선도사업 발표는 국토부가 사업성이 충분한 구간을 얼마나 제대로 골라내고 지자체의 동의를 얻느냐에 따라 그 시기가 결정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