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을 이유로 시공사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과천 8·9단지 재건축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550만 3000원에서 775만 3000원으로 50.8%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대건설 측은 설계 변경과 원자재 가격 급등, 공사 기간 연장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공사비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공사비가 급격히 인상될 경우, 2022년 12월 체결된 9830억 원 규모의 공사 도급 계약은 총 1조 4825억 원으로 4995억 원 증가하게 된다. 이는 곧 조합원들의 재건축 분담금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양시 덕양구 능곡2구역 재개발 사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공사인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월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520만 원에서 645만 원으로 약 24% 인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역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지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 탄벌스타힐스(탄벌4지구) 시공을 맡은 서희건설은 조합이 계약상의 일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증액된 비용도 인정하지 않자, 유치권을 행사하며 입주를 중단시켰다. 양주덕정지역주택조합 역시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사비 증액 문제는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절차를 통해 검토되고 있다. 시공사가 일정 비율 이상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경우, 조합은 이를 부동산원에 의뢰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받을 수 있다.
2019년에는 3건에 불과했던 공사비 검증 요청이 2023년에는 30건에 이르렀으며, 이는 조합의 수익성 극대화와 시공사의 적자 회피를 위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사비 급등의 주된 이유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금리 인상이다. 최근 몇 년간의 원자재 가격 상승, 노무비 인상,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 등으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공사비 인상 요구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결국 공사비 증액은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분담금 증가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공사 지연으로 입주 시기가 늦춰지면서 생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건설 현장의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하면서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