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조업·전기요금 인상 연동 가격제를 통해 대응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발전 비중 높여 부담 낮출 계획
향후에도 인상 가능성 높아 부담 지속…추가 투자 비용은 ‘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철강업계가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다. 단기적으로는 야간 조업을 통해 전기료 부담을 낮추고 있으며, 전기요금과 연동한 가격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향후에도 전기료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발전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 내에서는 여전히 전기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반응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평균 9.7% 인상됐다.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올랐다. 반면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됐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산업용(을) 전기요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더 커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5028억 원의 전기요금을 냈는데 이번 인상으로 500억 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1조84억 원의 전기요금을 냈는데, 이번 인상으로 1000억 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더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기요금 인상 부담이 커짐에 따라 철강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먼저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철근의 경우 가격 인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기로의 경우 철스크랩(고철)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부담이 상당히 크다. 이에 철근 가격을 전기요금에 연동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도 추후 반영될 예정이다.
또 동국제강은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야간에만 조업을 실시하고 있다. 통상 야간 전기료의 경우 주간에 비해 최대 절반 수준 저렴하기 때문에 24시간 가동에서 현재는 야간 10시간만 가동 중이다. 동국제강은 올해는 야간 조업 체제를 이어간 뒤 수요 변화에 따라 변동을 준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이나 H형강 등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으로 높아 가격 연동이 불가피하다”며 “철근뿐만 아니라 판재류 역시도 전기료 인상으로 원가가 높아지는 만큼 점차 반영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에너지 발전 비중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포스코는 부생가스를 통해 자체 에너지 발전 비중을 이미 높여 놓은 상태다. 지난해 총 포스코의 에너지 사용량 중 부생가스를 통해 조달한 에너지 비중은 83.2%에 달한다.
현대제철도 부생가스를 통해 일부 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는 가운데 LNG 발전소를 구축해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LNG 발전소 규모는 499MW(메가와트) 규모로 2028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동국제강도 자체 전기 조달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현재 포항공장에 10MW급 태양광 자가발전설비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이를 통해 연간 전기요금 약 15억 원을 절감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철강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를 회수해 전력을 생산하는 폐열발전과 함께 LNG 발전까지 도입해 안정적인 전력 수급 체제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다만 철강업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발전소를 건축하는 비용이나 에너지 효율 설비 등에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LNG 발전소는 8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전기료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자동 연동되도록 가격 체제를 구축해 놓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가격인상을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그렇지 않아도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가격만 올리면 반작용으로 수입재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 현재도 값싼 저품질 제품의 수입량이 상당한데 제품 가격을 올리면 중국산 수입재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나라에서 전기료를 올린 만큼, 산업 보호 차원에서라도 후판 및 열연 제품들의 반덤핑 제소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내년에는 기업들의 영업이익 상당 부분이 추가 전기료로 나가는 만큼, 전기료를 올리더라도 제도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철강업계 내 한 관계자는 “친환경 철강생산 체제 구축을 위해 탄소배출이 많은 고로에서 전기로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전기요금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설비 운전 최적화 시스템 구축과 같은 노력도 병행하면서 대응책을 더 확보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