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이겨야 했던 경기에서 당한 충격적인 패배. 3회 연속 결승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가 첫판부터 쓰라린 결과를 안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김도영(KIA)의 활약만큼은 눈이 부시도록 빛났다.
김도영은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1차전에 3번·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1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김도영은 이번 시즌 KBO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타율 0.347(3위) 38홈런(2위) 109타점(7위) 143득점(1위) 40도루(6위) OPS 1.067(1위)로 타격 전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며 KIA의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됐다. KBO리그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 등 무수한 기록도 세웠다.
김도영은 한국시리즈까지 치르느라 다소 지친 상태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프리미어12에 앞서 치른 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부진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결전지’ 대만에 도착한 뒤 잘 회복한 김도영은 이날 대만전에서 자신이 왜 ‘경계대상 1호’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대만 선발 린여우민을 상대로 1회초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정면으로 가는 아쉬움을 남겼던 김도영은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한국의 첫 안타를 시원한 장타로 장식했다. 선발 고영표(KT)가 2회말 만루홈런과 투런홈런을 연거푸 맞고 6실점해 0-6으로 끌려가는 가운데 4회초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좌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로 한국의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후 윤동희(롯데)의 내야 땅볼에 3루까지 진루한 김도영은 이어진 박동원(LG)의 적시타에 홈을 밟아 2-6으로 추격하는 득점까지 올렸다.
6회초에는 빠른발로 2루까지 가는 모습도 보였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장이의 6구째 공을 절묘하게 밀어쳐 우익선상으로 타구를 보냈다. 안타처럼 보였지만 3루심이 파울을 선언했고, 비디오판독에도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다소 허탈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김도영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10구까지 장이를 물고 늘어지며 볼넷을 골라 출루한 김도영은 2루 도루를 감행, 성공시켰다.
김도영은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일찌감치 한국의 핵심 선수로 꼽혔다. MLB닷컴은 프리미어12 개막을 앞두고 ‘프리미어12에서 주목해야 할 8명의 선수’를 언급하며 그 중 한 명으로 김도영을 꼽았다. MLB닷컴은 “김도영은 엄청난 2024년을 보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며 “정교함과 장타력을 두루 갖춘 김도영은 한국을 상대하는 모든 투수들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타자다”라고 설명했다. WBSC도 홈페이지를 통해 김도영을 ‘경이적인 3루수’로 설명하며 그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대만 언론도 김도영을 주목했다. 대만 ‘야후스포츠’는 “김도영은 장타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출루한 뒤에는 베이스러닝을 공격적으로 해 도루 성공률이 9할에 달한다. 또 이번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3루타를 쳤다. 그야말로 수비를 힘들게 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대만 ‘나우뉴스’ 역시 “과거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이승엽과 이대호, 김동주 같은 타자들은 영웅 같은 스윙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런 유형의 타자는 없어졌고, 김도영 같은 다른 유형의 젊은 타자들이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내내 김도영이 보여준 그의 장점은 바로 ‘다재다능함’이었다. 이날 대만을 상대로 김도영은 장타, 도루, 볼넷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대회 전 자신을 향한 외부의 평가를 당당하게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