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지난 시즌까지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이웃’이었던 두 선수가 이젠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듀오가 됐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끄는 SSC 나폴리는 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2차전 스포르팅 CP와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나폴리는 이번 결과로 2전 1승 1패로 19위를 기록했다. 스포르팅은 1승 1패로 14위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 선취골은 나폴리가 터트렸다. 전반 36분 라스무스 호일룬이 상대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오른발로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케인 더브라위너의 어시스트가 있었다.

그러나 후반 17분 스포르팅의 막시밀리아노 아라우조가 박스 안에서 반칙을 당해 페널티 킥을 얻었다. 루이스 수아레즈가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성공시켜 승부를 1-1 동점이 됐다.
나폴리가 다시 앞서갔다. 후반 34분 이번에도 호일룬이 골문과 가까운 거리에서 헤더로 멀티골을 만들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더브라위너가 올려준 크로스가 어시스트로 기록됐다. 두 선수의 대활약 덕분에 나폴리는 스포르팅에 2-1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다.
경기 후 호일룬과 더브라위너가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경기 나폴리에게 승리를 안겨준 1등 공신이다. 또 두 선수는 얼마 전까지 서로 가장 미워하는 ‘라이벌’이었지만, 지금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듀오가 됐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더브라위너는 직전 시즌까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서 활약했다. 호일룬은 맨시티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뛰었던 선수다.
팬들은 맨시티와 맨유의 맞대결을 ‘맨체스터 더비’라고 부른다. 영국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에서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잉글랜드 역사상 유일하게 ‘트레블’을 달성한 맨시티와 맨유의 지역 라이벌 매치다.
역대 전적은 맨유가 우세하다. 194번의 맞대결 중 80번을 승리했다. 맨시티는 62회 이겼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정반대다. 맨시티는 직전 시즌 리버풀에 리그 우승컵을 넘겨줬지만, 그전까지 4회 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달성한 팀은 맨시티가 유일하다.
반대로 맨유는 암울하다. 잉글랜드 1부리그 최다 우승(20회)에 빛나는 팀이지만, 마지막 리그 우승이 2012-2013시즌이다. 무려 12년 전이다. 그 사이 맨시티는 무려 7번이나 우승하며 매 시즌 강력한 리그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더브라위너와 맥토미니는 맨체스터 더비에서 격돌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위상은 달랐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맨시티가 성적이 좋았던 경우가 많았다.
더브라위너는 맨시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드필더로 평가받는다. 더브라위너는 맨시티 합류 후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승점 우승과 6회 우승, 잉글랜드 최초 4연패 그리고 지난 2022-2023시즌 자국 리그,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한 시즌에 우승하는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 역사 중심에 더브라위너가 있었다. 맨시티 합류 후 EPL 역대 최다 도움왕(4회), 단일 시즌 최다 도움(115도움), 통산 도움 2위(115도움),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월드 XI(5등) 맨시티를 넘어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더브라위너가 맨시티 역사상 최고의 미드필더가 됐다면, 호일룬은 맨유 역대 ‘최악’의 9번이 됐다.
유는 지난 2023년 아탈란타 소속 호일룬에게 7200만 파운드(약 1357억원)라는 비싼 이적료를 투자해 호일룬을 영입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데뷔골이 무려 리그 19라운드에 터졌다.
기대치에 비해 데뷔골이 늦게 터졌다. 그래도 이후 21라운드부터 리그 6경기 연속골을 넣어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6경기 연속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그렇게 맨유 공격진을 이끌 차기 ‘9번 공격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 이상 고점은 없었다. 지난 시즌 리그 24경기 출전해 겨우 3득점만 기록했다.
시즌 전체로 보면 총 50경기 출전해 10득점을 기록했다. 리그에선 31경기 4득점에 그쳤다. 1300억의 공격수라는 칭호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화력이다.
결국 맨유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했다. 더브라위너와 함께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라이벌로 격돌했던 두 선수가 이젠 함께 목표를 정하고 달려가는 동료가 됐다. 그리고 두 선수가 이번 스포르팅전 팀에 승리를 안겨줬다.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는 두 선수의 활약과 평점을 전하며 “전혀 예상 못 한 환상 듀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