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처음으로 통신사와 부가통신사간 망 이용계약 실태에 대한 점검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감사를 통해 구글 등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가 쟁점화된 가운데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국내 주요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이행점검(이하 이행점검)'을 진행했다.
기간통신사업자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포함된다. 부가통신사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이 대상이다.
이번 이행점검은 방통위가 지난 2019년 말 '공정한 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이후 5년만에 처음 진행됐다. 가이드라인은 통신사와 CP, 콘텐츠전송사업자(CDN)의 망 이용계약 원칙으로 △전기통신사업법 등 법령 준수와 신의성실 △우월적 지위 남용금지 △동일·유사 조건에서 비차별적 계약 체결 노력 등을 명시했다. 가이드라인은 서면계약 원칙과 부당계약 등 불공정 행위 유형과 기준도 제시한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기간통신사와 부가통신사 등이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다수 사업자를 대상으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방통위 요청 내용에는 데이터트래픽 규모와 변동 추이, 망 이용대가 규모와 변동 추이, 망 이용계약을 부당하게 여기는 지 등 주관적 질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통신사들은 비교적 성실히 답했지만, 부가통신사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에 대해 성실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방통위는 이행점검 결과를 분석해 내년 정책 방향에 활용할 예정이다. 5년만에 망 이용계약 실태를 점검한 것은 향후 공정한 망 이용대가 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환영하는 속내다. 유튜브 등 데이터트래픽이 폭증하고 있지만, 구글 등 빅테크는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으려해 수년째 논란이 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이 출석해 망 무임승차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전기통신사업법) 2개가 발의돼 있다.
방통위의 이행점검 결과는 이같은 법안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가이드라인은 용어 그대로 지침 수준으로 공정계약 이행, 자료제출 등과 관련한 법적 의무는 약한 실정이다. 가이드라인 이행 점검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해 법률로 보완할 부분을 도출해야 한다고 통신업계와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가진 구속력 문제로 방통위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가이드라인 이행점검에서 여러 시사점이 나와 망 이용대가 공정화 법안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망 이용대가 공정화 법률안을 발의하고 논의를 시작했지만, 답보 상태다. 이제 빅테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와 빅테크의 망 공정기여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망 이용대가 공정화 논의는 세계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