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AI의 동행

2025-02-17

오늘 글에는 먼저 가설을 설정하며 들어간다. ‘어느 날, 한 젊은 화가가 AI 프로그램을 켜고 캔버스에 마주 앉았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기계가 예술을 창조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AI는 색채 조합을 추천하고, 예상치 못한 붓 터치를 제안하며, 마치 보이지 않는 멘토처럼 그의 곁에서 조용히 창작을 돕고 있었다.’

이 화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AI가 제안한 붓 터치는 내 창작의 일부인가? 아니면 AI의 창작인가?’ 그는 붓을 들고 AI가 추천한 색을 캔버스에 칠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그가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감성이 묻어 나왔다. 그렇게 화가는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금 우리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불러온 혁명을 목격하고 있다. 바로 인간의 창의성과 AI의 분석력이 결합하여 새로운 예술 형태가 탄생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창작이 개인의 천재성과 예술성에 의존하는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동반자가 등장했다. 하지만 AI가 만든 작품이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인간의 감성이 없는 창작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아직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AI를 활용한 예술 창작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예를 들어, 오비우스(Obvious)라는 프랑스 예술 집단은 AI를 활용해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초상화는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 2천5백 달러에 낙찰되었다. 한화로 하면 5억 원에 육박하는 고가에 팔린 것이다. 이는 AI가 만들어낸 작품이 인간 사회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강력한 신호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예술계에서는 논쟁이 일었다. 이 작품이 과연 예술인가? AI가 만든 창작물에서 창의성이 존재하는가?

실제로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AI는 단순한 복제자가 아니라고들 이야기한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조합하며, 기존의 규칙을 벗어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창작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음악에서는 AI 작곡가인 ‘AIVA’가 바흐와 쇼팽의 스타일을 학습해 새로운 클래식 음악을 창조한다. 또한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는 ‘딥드림(DeepDream)’ 같은 알고리즘이 기존의 사진을 분석하고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AI가 제안한 작품이 진정한 의미에서 창작이라 할 수 있는가?’ 창작이란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감성과 의도를 담아내는 행위다. 예술가가 그림을 그릴 때, 노래를 만들 때 그는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담아 작품을 완성한다. 그에 반해 AI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AI는 인간의 창작을 확장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마치 사진기가 등장했을 때, 회화의 역할이 변화했던 것처럼, AI의 등장은 어느 지점에서 볼 때 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는 생각에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미래를 생각해 보면 AI를 활용한 실제 사례들이 더욱 풍성해지고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활용과 쓰임을 증명해 낼 것이라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창작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고 AI는 우리의 예술을 단순히 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조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예술과 AI의 만남을 부정적인 시선이 아닌 동행하는 차원으로 확장해서 본다면 우리가 할 일은 AI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어떻게 협력하여 새로운 예술적 지평을 넓히고 열어갈지 고민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 걸음이지 않겠는가.

김성혁<놀라운 예술터·뜻밖의 미술관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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