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관장 "'미술계서 회자될 전시"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연례전 타이틀 매치의 12번째 전시가 돌아왔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14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언론공개회에서 "해마다 이 시기에 타이틀 매치에 대해 기대를 해주신다. 올해 야심찬 전시를 준비해 보여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장영혜중공업이 8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이자 홍진훤의 첫 미술관 대규모 전시이다. 이번 2025 타이틀 매치는 공동체 내 충돌과 불화의 순간에서 생겨나는 정치적 행위의 가능성을 보고,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 두 팀의 작업을 통해 그 조건들을 탐색한다. 먼저 홍진훤 작가는 '사진은 세계를 내란만큼 각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사진이 가진 사건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날 최 관장은 "홍진훤 작가와 장영혜중공업 팀은 한국미술에서 그 영향과 메시지가 명확하고 울림을 주는 작가들이다. 타이틀 매치가 가지고 있는 성격을 생각했을 때 두 작가가 만나서 무언가 보여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 기대하게 되는데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앞으로 한국 미술계에서 계속 회자될 만한 전시를 만들어 주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작가이자 팀의 성격은 각각이 갖고 있는 독창성을 충분히 발현하고 있으면서 동시대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품 전체에서 추출할 수 있는 단어, 이미지, 문장 등을 통해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를 저희와 같이 논의했으면 한다. 앞으로도 서울시립 미술관의 활동에 많은 관심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은순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영상, 사진, 책 총 13점으로 구성되며 11점이 신작이다. 전시는 정치적 행동이 촉발되기 직전 종료 이후의 상태, 행동이 일어나기 이전의 가능성과 에너지의 혼돈 상태를 다룬다. 두 작가는 정치적 불화의 순간에 주목하며 예술이 갈등에 어떻게 개입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탐색한다"고 설명했다.
유은순 학예연구사는 "타이틀 매치는 큰 공간을 작가들의 강한 개성으로 채워야 한다. 그 역량을 가진 작가들을 선정하는 게 중요한 과제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정치적 움직임이 일어나기 직전을 장영혜중공업 팀, 움직임이 일어난 후에 대한 것을 홍진훤 작가님이 맡아주셨다. 두 작가님의 작업으로 하나의 정답을 가지지 않는 사안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이 보여주는 작업의 결은 비슷한 문제 의식을 다루면서도 다르게 펼쳐진다. 타이틀 매치라는 것이 두 작가의 대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장영혜중공업이 저희와 타이틀 매치에 대해 논의했을 때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이것은 타이틀 매치가 아니라 함께 추는 춤이라고 표현을 해주셨다. 이것이 단순히 경쟁으로 빠지지 않고 서로의 개성이 한편에서는 어울리고 비교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면서 작업을 명료하게 이해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장영혜중공업은 장영혜와 마크 보쥬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로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를 주제로,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정치적 책임에 대한 요구를 응답하는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특별해요!'를 포함해 신작 7점을 선보인다. 홍진훤 작가는 '사진은 세계를 내란만큼 각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사진이 가진 사건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수집한 이미지 총 114점을 전시장에서 새롭게 배열하고 결합하는 작업 '랜덤 포레스트 2025'를 포함해 신작 4점, 구작 2점 총 6점을 소개한다.
홍진훤 작가는 "어지러운 시국인데 더 어지러운 전시를 만들게 됐다. 주로 사진을 다루고 있는데 사진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하고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관심이 많다. 제 전시의 주제는 '사진은 세계를 내란만큼 각성할 수 있는가'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함께 겪은 시간을 보냈고, 내란과 계엄이라는 큰 일이었지만 분명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내란 종식이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최종 목적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황이 저희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종료된 후에 대해 불안이 생기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 근본적인 시스템에 존재해 온 통제와 폭력에 대해 다루고 싶었고 탄핵을 성공한 시민들이 일상회복을 선언했을 때 다시 드러날 지옥도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홍 작가는 "'랜덤 포레스트 2025'는 지옥도를 그려보는 작업이었다. 사진은 촬영에서 나오지 않고 사진이 발견되고 보는 과정에서 힘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제가 촬영하고 발견한 아카이브를 통해 도래할 지옥을 감각해 보면서 사진이 지금껏 해온 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자신들만의 지옥을 상기시키는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사진들이 특정 주제를 향해 달려가진 않을 것 같다. 전반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걸 정치적 입장이나 이데올로기 중심으로 바라보기 보다, 사진과 이미지라는 것을 중심에 놓고 바라봤을 때 새로운 정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금 더 다른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새로움이 제 생각에는 시각과 이미지, 이 곳에 대한 고민에서 새로움이 열린다는 기대를 갖고 수많은 지옥과 비극을 사진 중심으로 보자는 제안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은순 학예연구사는 장영혜중공업의 영상 '침묵의 쿠테타'에 대해 "북한이 '좀비 엘리트'를 육성해 남한에 잠입시킨다는 가짜뉴스를 모티프로 제작한 영상"이라며 "허황된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남한 사회에 북한이 종종 현실의 혼란과 내부의 불안을 외부에 투사하는 '적대적 타자'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묘한 사실성을 띠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신작 '안녕하세요, 여러분, 특별해요!'는 작가가 주로 정치적 발언을 하는 작품들로 인해 여러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사회적 움직임을 원해서 그러는 것인지', '그 발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들이었다. 이에 작가는 예술가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자율성에 대해 말하고자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유 학예연구사는 "장영혜중공업의 작품들은 전시장에 설치된 3개의 모니터를 통해 무작위로 공개가 된다. 각 작품이 나오는 시점, 시간은 관객들이 알 수가 없다. 다만 리플렛에 적힌 설명들로 어떠한 작품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유은순 학예연구사는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충돌을 시각화해 예술이 질문과 논쟁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는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합의한 평화로운 상태나 양자택일, 흑백논리와 같은 극단적인 두 상태를 상정하기보다, 다수가 불화하는 역동적인 상황에 주목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연례전 타이틀 매치의 12번째 전시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는 14일부터 오는 11월 2일까지 전시실 1~4에서 진행된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