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선 탈시설 장애인 "내 삶은 나의 것…허락받을 사람 없어 행복"

2024-10-23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와 공동으로 주관해 열린 모두의 이동을 위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전부개정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6.18/사진=뉴시스

"저는 (시설에서) 나가서 살 용기가 없었다. 자립하고 보니 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돈과 자력 기술이 아니라 자립해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탈시설 장애인인 박초현씨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박초현씨는 3년 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머무르다 올해 초부터 자립해서 살고 있다.

박씨는 "시설에서의 삶은 다른 사람이 짜놓은 대로만 사는 삶"이었다며 "시설에서는 저보다 더 중증 장애인을 돌보면서 살았다. 미움받기 싫어 시키는 일을 악착같이 했다"고 했다. 이어 "시설에서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내 삶을 계획해보고 싶었다"며 "지난 일요일에 친구 집에서 외박을 했다. 이제는 밖에 나가도 허락을 맡아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박씨는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 그리고 여기 계신 의원님들과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장애인의 자립을 무조건 막지 말고 어떻게 하면 함께 자립할지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이행 중인 기관의 기관장을 맡고 있는 강현석씨는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탈시설 자립 400명 목표 중 103명만이 달성했다"며 "시범사업에 대한 정보가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에게 정확히 전달이 되지 않고 있고 시설의 탈시설 반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은 △거주시설 △단기거주시설 △학대피해쉼터에 있는 장애인과 재가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강씨는 이어 "자립조사를 할 때 자립 의사가 제대로 표현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자립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조사 등도 수행기관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조사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개선을 검토해달라는 질의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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