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약사법 위반 '무혐의' 한약사 "약사계 함정 신고 그만하라"

2025-03-06

[비즈한국] 전문의약품을 취급해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발당한 한약사들이 최근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아 논란이 됐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전문의약품을 제공해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한약사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한약사 A 씨를 비즈한국이 만났다.

A 씨​는 약사계가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위법을 유도했다면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를 통해 한약사의 면허 범위와 전문의약품의 조제 및 판매가 오히려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안연고 무상으로 제공받은 후 ‘고발’

한약사 A 씨​에게 ‘그 일’이 벌어진 건 지난해 7월이다. A 씨가 운영하는 한약국에 방문한 손님 B 씨가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 ‘오큐프록스안연고’를 제공받은 뒤 약사법 위반으로 A 씨를 고발한 것.

A 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고발장을 보면 B 씨는 “피고발인은 의사의 처방에 의하지 않고 고발인에게 전문의약품을 판매했고, 이 같은 행위는 무자격자가 전문의약품을 조제하는 것과 같다”며 A 씨가 약사법 제23조 제1항, 동법 제23조 제3항, 동법 제50조 제2항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서에서 “복지부 법령해석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안연고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은 ‘전문의약품의 조제 및 판매’라고 봄이 타당하지만, 약사법에 한약사의 면허 범위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범죄 인정이 되지 않으며,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의해 피의자가 고발인에게 안연고를 제공한 행위가 ‘사회봉사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해당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

A 씨는 “수사관이 보통 불송치 결정서를 이렇게 자세히 써주지 않는다. 이번 결정서는 고발장에 없는 내용까지, 약사법 전체를 다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불송치 결정서에 약사법 구체적으로 담아”

한약사 A 씨가 밝힌 당시 상황은 이렇다. 그는 B 씨가 약국에 들어올 때부터 순수한 의도로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평소 약사회나 약사 단체에서 손님으로 가장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A 씨는 “내가 이 동네에 20년을 넘게 살아서 약국에 오는 손님을 어느 정도 다 안다. 다른 동네에서 오더라도 보통은 ‘누구에게 소개 받았다’며 미리 전화하고 한약을 지으러 온다. 그런데 약사들은 묻지도 않는데 ‘나 이 동네 사는데’로 시작한다. B 씨도 ‘이 동네 사는데 퇴근을 빨리 해서 왔다’라고 해서 바로 의심을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테르비나핀 성분 크림을 보여주면서 자신과 아들이 무좀이 있는데 같이 써도 되냐고 물었다. 평소 약사가 와서 하는 질문과 똑같았다. A 씨는 “그건 진단 행위기 때문에 의사만 할 수 있다. 이런 대화를 녹음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약사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최대한 답변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아들이라고 했는데 환자 나이에 따라서 그 성분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가 나뉜다. 그래서 ‘일종의 피부질환으로 의심하는 것 같은데, 의사 대부분이 피부질환 의심 증상으로 진료받았을 때 이거(안연고)를 줬다. 근데 앞서 말했듯이 (판매할 수가 없으니) 무상으로 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나중에 진술서를 쓸 때 어떤 품목을 줬는지에 대해 서로 의견이 갈렸다. 근데 B​ 씨가 스파이 카메라를 내면서 ‘여기에 내가 산 물건이 찍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건이 만들어졌다는 걸 경찰에서도 짐작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저한테 조금 더 유리한 방향으로 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제보받은 내용을 통해 이번 고발을 약사계에서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이번 일에 연루된 이가 최소 5명에서 6명이라고 하더라. 지역 약사회, 약사 단체가 자문 변호사와 함께 기획한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A 씨는 ​평소 자신이 블로그에서 한약사-약사 갈등에 대해 활발히 발언한 탓에 약사계의 타깃이 되었다고 짐작했다. ​결과적으로 혐의없음으로 결론 난 데다 불송치 결정서 내용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비슷한 사건이 2020년, 2021년에 경기도와 관악구에서도 있었는데, 당시 경찰 불송치 결정서에는 한정적인 내용만 담겼다. 이번에는 ‘한약사의 면허 범위에 대한 판단’, ‘전문의약품의 조제 및 판매’ 이렇게 나눠서 구체적으로 적었다.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여러 한약사에게 도움이 됐다”고 짚었다.

#“복지부 조사받은 한약사들, 대부분 전립선약 또는 탈모약 직접 복용”

A 씨는 지난해 복지부가 한약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문의약품 실태조사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복지부 조사를 받은 약국들은 ‘급여’를 받는 전문의약품을 일정 금액 이상, 두 번 초과해 주문한 곳이다. A 씨는 “복지부가 봤을 때는 마진을 붙일 수 없는 ‘​급여’​ 약품을 한약국에서 계속 주문하는 게 이해가 안 간 것이다. 그 약을 한약에 넣어서 팔거나, 제3자에게 이득을 받고 판 것이라고 생각해 전수 조사에 들어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조사 대상인 한약사의 70%는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했다’고 하고 넘어갔다. 일부는 본인이 복용했다고 하거나 사회봉사 활동을 위해 썼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최종적으로 조사 대상이 된 게 60명 정도인데, 이들은 약을 자신이 복용했다고 한다. A 씨는 “​(자가 복용한 약이) 대부분 전립선약이나 탈모약이었다. 탈모약은 비급여 제품이 급여 제품보다 함량이 2~3배쯤 많다. 갑자기 고용량으로 먹으면 우울증, 자살충동 등의 부작용이 있어서 함량이 적은 급여 제품을 많이 주문했다는 것이다. 적은 양부터 시작해 조금씩 복용량을 늘리려고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결과적으로 60명 중에 20명만 경찰까지 올라갔는데 아무도 처분을 받지 않았고, 나머지 40명은 보건소에서 조사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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