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 무죄] 한숨 돌린 삼성, 경영 시계 정상화 속도(종합)

2025-02-03

항소심도 '무죄' 선고로 햇수로만 10년째 사법리스크 벗게 돼

대형 M&A 및 초격차 기술 투자 등 '뉴삼성' 가동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한 지 4년 5개월 만이다.

그간 오랜 사법 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이재용 회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기를 마련했다. AI(인공지능) 시대, 더욱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경영 계획이 필요한 때 사업 전체를 아우를 구심점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할 것이라는 기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과 이에 따른 경영권 불법 승계에 대해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이유를 모아 보더라도 이 사건 공소사실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수사의 어려움과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이런 중요한 범죄사실과 사회 파급효과가 큰 공소사실에 대해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은 약 1시간 진행됐다.

굳은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선 이 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변호인 등 이 회장 측은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만나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재용 회장 등)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재계는 이번 판결을 놓고, 향후 검찰 측의 상고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1심에 이어 2심도 무죄가 나온 만큼 삼성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한다.

법원 "허위공시·부정회계, 고의성 없다"…檢, 경영권 승계 주장도 기각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적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업무상 배임, 위증 등 쟁점 사항을 차례로 판단한 뒤 검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피고인들의 과실을 넘어 고의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보고서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작됐다는 검찰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 혐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이 과정에서 벌인 업무상 배임, 분식 회계에 관한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등으로 나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경영 승계를 목적으로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하고, 회계부정·부정거래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2020년 9월 기소했다. 삼성물산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는 게 검찰측 판단이다. 삼성물산 이사들이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은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됐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의심한다. 두 사건은 병합됐다.

검찰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복하고 항소했다.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자본 시장의 근간 훼손, 주주 기망 등을 주장하며 이 회장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5년·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 벌금 1억원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종 의견진술에서 “피고인들은 이재용의 사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상황 악용했다”면서 “피고인들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 정의와 자본시장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것이라고 주주들을 기망했지만, 합병 찬성 결과는 국익 아닌 특정 개인 이익과 투자자 다수의 불이익이었다”면서 “이 사건 판결은 향후 기업구조 개편 및 회계처리 방향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합병은 합리적 경영 판단 주장…이재용 "사익 추구 없어"

삼성은 이 같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고 반박한다.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져 문제가 없으며, 삼성물산이 당시 3조원이 넘는 부실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합병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승계와 연관된 내용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작년 11월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를 속인다거나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삼성에 대한 국민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금 저희가 맞이하는 현실은 그 어느 때 보다 녹록치 않다.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면서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법원이 이번에도 검찰이 아닌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재용 회장은 오랜 사법 리스크를 벗고 그간 추진 동력이 약했던 '뉴삼성'·M&A(인수합병)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킬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 회장은 재판으로 해외 출장에 제약을 받는 등 장기간 경영 활동에 발목을 잡혀 왔다. 실제 그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해 햇수로만 10년째 '사법 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2023년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이후에도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에 출석해야 했다.

총수의 운신의 폭이 좁다 보니 삼성은 2022년 말 이재용 회장 체제 이후에도 '뉴삼성' 로드맵을 내놓지 못했다. 그 사이 반도체는 업황 부진과 함께 찾아온 AI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고꾸라졌고, 제2 반도체가 될만한 신성장동력은 나오지 않았다. 업계는 삼성 반도체가 아직도 흔들리고 있어 올해 영업이익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차원에서 향후 이 회장이 선보일 '뉴삼성'에 관심이 쏠린다. '뉴삼성' 큰 줄기는 그가 작년 11월 결심공판에서 가진 최후진술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키워드는 삼성 재건, 미래 준비로 요약된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런 차원에서 삼성의 기술 개발, 미래 투자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 세계 최초로 3나노 1세대 공정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2027년 세계 최초 1.4나노 양산을 정조준하는 등 초격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뿐 아니라 삼성은 바이오, 배터리 등에서도 글로벌 선두를 위해 시설 투자 및 기술 개발 등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하만 이후 멈춘 대형 M&A가 이 분야에서 나올 수 있다. 최근 삼성은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등 미래로봇 개발을 가속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 정상화 탄력…미래사업 총괄 컨트롤타워 부활할까

초격차 기술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고 초일류 기업 입지를 다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삼성은 향후 주력 사업 정상화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 아래 미래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일부 기능을 하고 있고, 관계사 경영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사장급 조직인 '경영진단실'을 작년 말 신설했지만 앞으로 그룹 전체의 전략을 짜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 전자 내 사령탑 복원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단순히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을 가늠하게 할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가 이재용식 '뉴삼성'을 보게 될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인 그가 등기이사로 복귀해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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