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와는 거리가 먼 인구 137만의 북유럽 국가 에스토니아에서 사상 첫 디 오픈 출전자가 탄생했다. 전 세계 1위 리 웨스트우드가 예선을 통과했고, 화제를 모았던 이언 폴터(이상 잉글랜드) 부자는 나란히 탈락했다.
2일 영국 4개 지역에서 열린 제153회 디 오픈 챔피언십 예선전이 다양한 화제를 모으며 마감됐다. 각 예선별 5위까지, 모두 20명이 오는 17일부터 나흘간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GC(파71)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역사 골프대회 디 오픈 참가자격을 따내면서 개막을 2주 앞둔 현재 총원 156명중 122명이 출전을 확정지었다.
에스토니아 출신 20세 아마추어 골퍼 리차드 테더는 가장 극적이고도 가슴 졸이게 하는 방식으로 디 오픈 출전권을 따냈다. 잉글랜드 웨스트 랭커셔에서 열린 예선에 출전한 아마추어 세계랭킹 91위 테더는 마지막 몇홀을 남겨두고 7언더파로 선두에 1타 뒤진 2위를 달려 본선진출이 거의 확실시 돼 보였으나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이 실수로 5언더파가 된 그는 공동 4위로 밀려 4명이 2장을 놓고 겨루는 플레이오프로 밀려났다.
18번홀에서 이어진 연장에서 다른 선수들이 우드를 잡고 안전하게 티샷을 날린데 비해 테더는 드라이버를 잡고 340야드를 날린 뒤 80야드 남은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넣고 이글을 잡아 단숨에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믿을 수 없었다. 그 샷이 그냥 눈에서 사라졌다”는 그는 “디 오픈 출전권을 땄다는게 꿈만 같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테더는 꿈을 현실로 만들며 에스토니아 사상 첫 디 오픈 출전자로 자국 골프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해 연안국 에스토니아에 처음 골프장이 생긴 것은 1993년이고 지금도 정규 18홀을 가진 골프장은 10개에 불과하다. 공식 세계랭킹(OWGR)에 이름을 올린 골퍼는 두 명 뿐이고 그나마 모두 2000위 밖에 있으며, 아마추어 세계랭킹(WAGR)에 오른 선수도 14명에 불과할 만큼 골프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LIV골프에서 뛰고 있는 전 세계 1위 웨스트우드는 스코틀랜드 던도널드 링크스에서 열린 예선에서 1위(7언더파)를 차지해 3년 만에 디 오픈 본선에 복귀했다. 2010년 디 오픈과 마스터스에서 준우승 하는 등 6차례 메이저대회 톱3를 기록한 52세의 웨스트우드는 28번째 디 오픈 출전을 앞두고 있다.
라이더컵 스타 이언 폴터와 그의 아들 루크는 잉글랜드 로열 싱크포트에서 열린 예선에 참가했으나 나란히 공동 13위(1언더파)에 머물며 쓴잔을 마셨다. 2010년 US오픈 챔피언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도 폴터 부자와 같은 성적을 거둬 자신의 고향에서 열리는 디 오픈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한편 한국선수들은 지난해 시니어 디 오픈에서 우승한 최경주, 작년 디 오픈 공동 7위로 일찌감치 자격을 딴 임성재를 비롯해 안병훈, 김주형, 송영한이 출전을 확정지었다. 세계 64위 김시우는 이번주 PGA 투어 존 디어 클래식 이후 세계랭킹을 통해 부여되는 6명 자리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