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전도사’ 정희원 교수는 왜…‘털북숭이’ 키위마저 껍질째 먹으라는 걸까

2025-06-13

“저는 키위까지 껍질째 그대로 먹는 편입니다. 깎기 귀찮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저속노화 전도사’로 잘 알려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최근 껍질째 먹으면 좋은 과일로 ‘키위’를 언급해 많은 이들의 ‘동공지진’을 불러왔다. 키위는 보통 껍질을 깎아내거나, 반으로 자른 뒤 티스푼으로 과육을 퍼먹는다. 그만큼 껍질은 ‘못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다면 보숭보숭 키위의 털은 면도해서 먹어야 할까. 당장 정 교수에게 문의했다.

“키위의 껍질은 털 때문에 먹기에 좀 까다롭다는 분들도 있고요. 이런 경우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과일 세척용 브러시를 사용해서 털을 살짝 제거해 주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껍질 표면이 매끄럽게 정리되어 먹기에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키위 껍질을 먹어야 하는 이유, 분명 있다. 정 교수는 “키위를 포함해 대부분의 과일은 껍질에 중요한 식이섬유와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며 “특히 키위 껍질에는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E가 과육보다 더 풍부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일러줬다.

특히 키위 껍질은 브로콜리급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다. 미국 켄터키대 자료에 따르면 키위를 껍질째 섭취하면 식이섬유의 양이 50% 증가한다. 세포 손상 및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물질 안티옥시던트가 풍부하다고 하니 귀한 껍질을 버릴 수 없다.

지난달 ‘정희원의 저속노화’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껍질째 먹는 과일 관련 콘텐츠의 조회수가 30만회를 넘겼다. 몰랐던 정보를 알았다는 반응보다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됐음을 ‘확인’하며 반기는 후기가 더 많았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과일 껍질째 먹는 법을 살펴본다.

식이섬유·항산화 물질·비타민E까지

과육보다 더 많이 함유

귀한 껍질 버리지 마세요

건강을 위해 챙겨 먹어야 할 과일 1순위로 꼽히는 사과의 좋은 성분은 껍질에 응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껍질에는 사과의 절반에 해당하는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주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도 대부분 껍질에 있다. 정 교수는 “하루에 사과 한 개면 의사를 멀리하게 된다”는 말을 완전히 성립시키려면 사과 한 알을 껍질까지 먹는 것이 좋다며 유튜브를 통해 항염, 항암, 근육 강화 등의 효과가 있는 천연화합물 우르솔릭산을 소개했다. 사과에 들어 있는 천연화합물은 기초대사량을 늘려 비만과 지방간을 줄이고 혈당 조절을 개선해 대사 건강을 향상한다는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 결과가 있다.

여름 제철 과일인 포도는 베타카로틴, 비타민C, 비타민E,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퀘르세틴 등 항산화 물질이 껍질과 씨에 듬뿍 들어 있는 저속노화 맞춤형 과일이다. 특히 자주색 껍질에는 노화 방지, 심혈관 보호, 항암 작용 등의 효과가 있는 천연 방어물질 레스베라트롤이 함유되어 있다. 식이섬유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껍질은 장 건강에도 이로우며 고혈압,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털이 없어 껍질째 먹기 편하지만 강한 신맛 때문에 천도복숭아를 꺼리던 소비자라면 신품종으로 눈을 돌리자. 맛과 향이 좋은 털복숭아 백향과 천도 로매머1 사이에서 탄생한 옐로드림은 농가에 활발히 보급 중으로 7월 상순이면 거둘 수 있다. 달콤한 천도로는 8월 수확하는 이노센스가 있다.

노란색 껍질을 살려서 썬 참외에 초록색 허브 딜, 빨간색 레드페퍼 등을 예쁘게 곁들인 ‘참외 샐러드’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올리브오일에 버무린 샐러드 당근라페처럼 참외 껍질 라페를 먹기도 한다. 참외 껍질에도 카로틴,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다.

사과와 함께 한국인이 사랑하는 배는 어떨까. 배 하면 기침,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루테올린 성분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성분 역시 껍질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신품종인 조이스킨, 스위트스킨 등은 크기는 신고보다 작지만, 당도가 높고 아삭해 씹는 맛이 좋다. 황금배는 껍질이 얇고 투명해 이물감이 적다. 껍질째 먹기 좋은 사과로는 빨간색이 잘 드는 아리수, 테니스공 크기의 피크닉, 황록색의 황옥, 탁구공만 한 루비에스 등이 있다.

홍주씨들리스 포도는 씨의 크기가 작고 껍질이 딱딱하지 않아 이물감 없이 먹을 수 있는 품종으로 퀘르세틴을 비롯한 7개 항산화 물질이 외국산 포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샤인머스켓과 신맛은 비슷하지만 당도는 더 높은 슈팅스타도 껍질째 먹기 좋다. 먹기 편한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해 2016년 개발한 노란 오렌지색 단감 ‘연수’는 껍질이 얇고 부드럽다.

정희원 교수도 농장 사람들이 키위를 슥슥 옷에 닦은 뒤 그냥 먹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껍질을 깎아 먹어야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키위는 통째로 먹기 두렵다면?

털 없이 매끈한 골드·루비키위를!

국내 개발 품종들도 있어요

그는 그린 키위의 털이 부담되는 이들에게 털이 없는 골드·루비키위를 소개했다. 국내에도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키위 품종이 있다. 2016년 육성된 녹가와 이듬해 탄생한 그린몰은 골드키위에 토종 다래의 특성을 도입해 개발한 것으로 표면이 매끈하다. 일반 키위보다는 작지만 다래보다는 2~3배 크고 당도는 골드키위와 비슷하거나 높은 편이다. 두 품종은 품종보호등록을 마쳐 일반 묘목 업체를 통해 본격 보급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김지성 기술보급과장은 “간편하고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증가하고, 껍질의 풍부한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점, 껍질을 깎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껍질째 먹는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살림꾼에게는 음식물쓰레기를 확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껍질째 섭취를 꺼리는 두 번째 이유는 잔류 농약 걱정이다. 정 교수는 과일과 채소를 5분 정도 물에 담가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30초가량 문질러서 씻는 ‘담금 세척법’을 추천하며 “껍질째 과일을 먹는 것이 세척 후에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미세한 농약의 위험성보다 훨씬 이익이 크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잔류농약 허용치 기준에 따라 수확 전 약 한 달 전부터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2024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강남농수산물검사소에서 강남·강서지역에서 유통되는 과일 470종의 농약 잔류 수준을 모니터링한 결과 모든 경우 농약 잔류 수준이 식약처 잔류허용기준(MRL)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안전성과 영양까지 확인했다면, 이제 남은 건 오래된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정 교수는 “껍질이 영양제 농축 성분이라는 생각을 가져보라”며 “과일 껍질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한 입을 더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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