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발목을 잡아선 될 일도 안된다

2025-02-03

미국에선 기업가에서 실세 행정가로 변신한 일론 머스크 행정효율부(DOGE) 수장이 미 정부의 관행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연방재정 지출 시스템에 블록체인 방식 도입을 검토키로 한다거나, 어마어마한 재정은 투입됐으나 효과 측면의 해석은 분분했던 국제원조를 봉쇄에 가까울 정도로 조이기로 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후대의 평가는 갈릴 수 있겠으나 지금 기세는 아무도 거스러지 못할 것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그 자체로 보인다.

태풍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또 한명의 기업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4일 한국에 온다. 중국 AI '딥시크' 충격 속 그의 발언 하나, 행보 하나하나가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이미 일본에서 AI 단말기나 전용 칩 개발에 나설 것이란 발언을 내놓은 뒤다. 3번째 방한인 이번에 그는 한국 AI 우군을 확보하는데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AI 진영과의 대척점 끝에 있지만, 반도체·인프라 등 그의 전략에 있어 한국은 매우 긴요한 요충지인 셈이다.

한국 기업이 힘들다고 손에서 일을 놓은 적 있는가, 전진을 멈춘 적이 있는가. 과거 어느 때 위기든 맨 앞에서 부딪히고 넘어선 것이 바로 한국 기업들이다. 기업들에 새겨진 위기극복 DNA는 오늘도 작동하고 있고 힘든 상황일 수록 더 빛을 발하게 돼있다.

트럼프 미 정부의 가속화하는 관세폭탄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유럽연합(EU)을 정조준했고, 언제 한국을 향하게될지 모를 일이다. 관세는 결국, 기업의 제품 수출에 가해지는 직접 압박이다. 그래서 기업이 받는 최고의 피해라 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수출기업들을 위해 360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풀기로 한 것은 필요한 해법 중 하나이긴 해도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능력과 기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고, 판을 깔아주는 노력이 더 크고 중요한 정부 역할이다.

법원이 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19개 혐의 모두 무죄로 판시한 것은 현 시점에서 대내외적으로 시사하는 적지 않다. 글로벌 혁신과 경쟁의 최전선에서 뛰어야할 기업 수장을 법적 리스크에 붙잡아 놓기에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2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여러 이유 중에 지금 우리에게 닥친 미증유의 위기 상황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기업이 지금의 복합위기를 지혜롭게 넘어설 수 있도록 정부는 되도록 듣고, 다독이는 역할에 집중하길 바란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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