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를 잠시 주차하고 기다리십시오.”
30일 오전 9시30분쯤 경북 경주 보문단지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경찰이 모든 차로를 통제했다. “헬기가 뜨기 전까지 모든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 리무진 ‘더비스트’를 타고 힐튼호텔을 떠나 보문단지 내 헬기장으로 향했다. 김해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다. 이 소식을 듣자 출근 중이던 한 시민은 “불편하긴 하지만, 경주에선 중요한 행사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 국빈들이 방한하면서 경주는 초긴장 모드로 ‘최고수준 경비태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 주석이 이날부터 2박 3일간 머무는 숙소인 경주 코오롱호텔 일대에는 경찰이 차량 검문을 실시하고 호텔 뒷문 등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통행이 제한됐다. 경찰은 경북·부산 전역에 ‘갑호비상’을 발령해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APEC 기간 하루 최대 1만9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경주 전역을 통제한다.

경찰은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부근에도 진을 치고 경계를 강화했다. 각종 APEC 관련 장소에 출입을 허가하는 비표를 들고 있더라도 차를 잠깐 세우거나 걷다가 길을 몰라 방황하면 “어디 가느냐”고 다가와 물었다. 네비게이션은 일부 먹통이 되기도 했다. 경주 IC와 보문단지 일대의 차로 통제가 네비게이션에 반영되면서 “돌아가라”는 안내만 반복했다.

특히 전날(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반미 집회 시위대가 기습적으로 경찰 저지선을 뚫고 질주하는 사태가 벌어진 탓에 더욱더 경계하는 태세였다. 전날 오후 동궁과 월지에서 열린 반미 성향 집회에 참석 중이던 인원 60여 명이 경찰 저지를 돌파한 뒤 한·미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던 박물관 인근 100여m까지 접근했으나 경찰에 막혔다. 2시간 대치 끝에 경찰은 이들을 물리적으로 해산시켰다. 또 시위대 20여 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경주 힐튼호텔 앞에서 집회를 벌이다 약 30분 만에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경찰청은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꽃’ 본회의를 앞두고 외국·외국인에 대한 차별·편견이 담긴 혐오 표현을 하는 집회·시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집회 신고 단계에서부터 위험 수준에 따라 행진 경로 제한, 잔여 집회 금지 등 조치를 적용한다.
행진경로를 이탈하면 경찰력과 장비로 불법행위를 제지·차단하고 질서를 유지할 방침이다. 명백한 위험이 발생할 경우에는 이동 조치나 해산 절차도 검토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2025 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전국 경찰력을 집중 배치해 행사 안전 확보와 경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이번 혐오 시위 대응 대책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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