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위기에도 꼭 필요한 한·일 관계 재구축

2025-01-01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외교·안보에 큰 후폭풍을 일으키며 각종 일정과 현안에 타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글로벌 중추 국가 외교가 대부분 멈춰 섰다. 한·미 외교·국방 라인이 소통을 재개했지만,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계기로 실질적 소통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계엄과 탄핵 사태 이전에 정상적으로 전개됐던 한·미·일 안보 협력과 유럽국가들과의 협력 외교도 비정상적인 상태에 직면했다. 한·일 관계만 보더라도 12월 중순과 1월 중순에 예정됐던 외교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한·일 셔틀외교는 제대로 가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0주년 된 한·일, 새 이정표 필요

그새 변화된 국제 환경에 맞춰야

‘역사 협의체’로 갈등 사전 관리를

지금 상태라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제대로 기념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어려운 때일수록 한·일 양국의 민관이 함께 노력해 새로운 한·일 관계가 재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일은 1951년부터 시작한 험난한 협상을 통해 1965년 6월 마침내 국교 정상화를 이뤄냈다. 당시 한·일 양국의 견해 차이가 컸지만 오로지 미래를 위해 관계 정상화에 도달했다. 그 후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양국은 역사문제 등에 대한 서로의 입장 차이로 갈등이 격화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냉전 종식 이후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는 역사적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채택해서 한·일 관계의 미래 구축을 위한 서장을 열었다. 그 후 양국은 한·일 파트너십 선언에 따라 협력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최근의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한·일 관계를 재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한·일 양국의 정치 상황, 역사 인식, 동아시아 협력 전략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협력 관계가 자칫 후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협력 관계의 일관성 있는 유지를 위해선 한국이 국내 정치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교 60주년의 해를 맞아 한·일 양국은 좀 더 진전된 협력 메커니즘을 만들어내야 한다. 미래를 위한 협력 강화와 갈등 예방에 초점을 둔 다음의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먼저, 한·일의 협력 메커니즘을 유지·발전시킬 양국 협의체가 필요하다. 그동안 ‘한·일 포럼’ 같은 회의가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사업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감한 역사·영토 관련 이슈들을 잘 관리할 수 있는 협의체를 운영해 합동 회의를 진행해가며 갈등 확대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국의 관련 기관이 컨트롤타워가 되고 양국 전문가들이 상호 협력해 정책 수행을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도출된 정책과 연구 성과가 축적될 수록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이 더욱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한·일 양국이 지난 60년간 축적해온 우호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면, 양국 모두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긍정적 협력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양국 모두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해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착실하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대해온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상호 협력과 지지가 강화되면 양국 관계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한·일 양국은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제도가 외부로부터 침해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제시한 지혜로운 아이디어와 행동 계획은 한·일 협력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 외에도 4월에 오사카 엑스포 개막, 가을엔 경주 APEC 등이 개최될 예정이다. 어느 때보다 한·일 관계 강화와 한·미·일 협력이 절실하다. 최상목 부총리의 대통령권한대행 체제에서 조속히 국정이 안정되길 바란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이 열릴 수도 있다. 한국이 정치적 혼란을 조기에 수습해서 한·일 관계가 다시 순풍을 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국 21세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아시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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