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취임 4개월차를 맞이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시장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고루 내비쳤다. 취임 일성으로 내걸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주요 가치로 내걸으면서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은행권이 당면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전적 제재에 그치지 않고 관련 임직원 제재도 예정돼 있음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1일 오전 본원 2층 대강당에서 이 원장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중요한 시기에 감독원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돼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복잡하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감독당국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동안 소홀했던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지금까지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별도 본부로 운영되면서 금융소비자보호가 금융감독원 전체가 아닌 금소처의 업무로만 인식돼 온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며 "이에 대한 자성으로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권역을 담당하는 임원이 신임 하에 민원, 상품, 감독, 검사 등의 업무가 원스톱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 업무 전반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소비자보호감독총괄본부(가칭)'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부터 실시한 경영진의 민원상담데이와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노력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홍콩ELS 사태에 따른 금융기관 제재 △금융지주 회장 선임절차의 문제 △외환시장안정대책 △금융보안사고 △대출규제 방향 △삼성생명 일탈회계 논란 △금감원 인사·조직 개편 등의 주제를 두고 질의가 오갔다.
홍콩ELS 판매사 2조 과징금 외 인적 제재 불가피
우선 홍콩ELS 사태에 연루된 은행들에 과징금 외 일부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홍콩ELS 사태에 대한 감독조치로 최대 판매처인 은행 5개사(△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 △SC제일)에 합산 과징금 약 2조원을 사전 통보했다.
이에 취재진이 '추가적인 경영진 등 인적·기관 제재도 준비 중이냐'고 묻자, 이 원장은 "임원·직원 관련된 부분도 (제재 예정) 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그렇다"면서도 "해당 제재가 첫 리딩 케이스이며, 소비자보호라는 관점에서 금융감독 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부분들이 있다"고 답했다.
또 "(금융) 사고가 났을 때 사전예방적인 소비자보호를 하지 못한 부분은 저희(금감원)가 실무적으로 보완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서도 "금융기관이 사후 구제를 위한 노력들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이냐라는 부분도 당국이 해야 할 미션이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은행이 사후 구제를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기관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홍콩ELS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은행권 주담대 담보대출인정비율(LTV) 담합 수사 등을 이유로 은행들이 생산적금융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질의에 대해서는 "저희가 적극적으로 금융위 등 당국과 협의해서 그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과태료 규모 및 법적 제재한도는)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하되 정책적인 우려 사항들을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감안해서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에서의 최종적인 결정 과정에서도 그런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주 회장, 연임 욕심 많아"
이 원장은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모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정에 대해 '절차적으로 특이한 면이 보여 챙겨보고 있다'는 발언을 남긴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사들이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해왔더라"며 "금융지주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조직인데, 이사회 구성이 균형 있게 돼 있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왜 그런가 봤더니 연임을 하고 싶으신 욕구가 많은 것 같더라"며 "그 욕구가 너무 과도하게 작동되어지는 문제로 인해 거버넌스의 건전성이 염려되는 부분들을 말씀을 드리는 것이지 특정 회사에 관한 경영에 저희가 개입을 하거나 이런 뜻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그것도 경영 판단의 사항이고 주주분들이 결정해야 될 사항"이라면서도 "인위적으로 특정 경영인이 연임을 위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고, 임원추천위원회 후보자도 실질적인 경쟁이 되지 않는 분들로 들러리 식으로 하는 부분이 있다면 굉장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고 주장했다.
고환율, 금감원 소비자보호 집중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상승의 주요인 중 하나로 '청년층(서학개미)의 해외주식 과열투자'를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액이 월등히 큰 데다, 대미투자를 앞둔 기업들이 달러 유보금을 늘린 게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환율시장 안정의 일환으로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외환당국·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구축을 논의했다.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이다. 이에 금감원은 다음달까지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해외투자 관련 투자자 설명 및 보호의 적절성 등에 대한 실태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해외주식 투자와 관련된 것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라며 "일부 금융사들이 자신들의 수수료 수익 등을 목표로 해외투자와 관련된 위험을 구체적으로 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등 실무 반응이 어떤 지를 점검한다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오히려 청년층 (해외투자액)은 사이즈가 작다. 40~50대 비중이 높다"며 "이분들이 위험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투자 판단을 하고 계시는 지에 대해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고환율 문제로 위기에 봉착한 금융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부 금융사들이 외환 익스포저와 관련해 많이 노출돼 있어 건전성 차원에서 좀 챙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특이하게 문제가 발생할 정도까지는 데이터상으로 나오지 않아서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거듭되는 보안사고, 업계 문제인식 안일
롯데카드에 이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유통거래플랫폼 쿠팡에서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 원장은 기업들의 보안인식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이 원장은 "최근 해킹사고나 보안 시스템 사고들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적으로 보안 시스템 투자가 형편 없는 수준"이라며 "원가에 반드시 반영해야 될 업종인데, '이게(보안) 뚫리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 정도의 위험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소법에 시스템 보안이나 소비자보호 부분을 전면적으로 보완하는 법률 개정이나 이런 작업들을 금융당국과 논의해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적어도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정도의 규제 체계가 법률 개정을 통해서 전면적으로 도입될 것이다"고 답했다.
업비트에 대한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상자산 관련 이용자 보호법에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 지에 따라서 살펴봐야겠지만, 그때 (제재 관련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대출절벽 본격화…내년 영향 제한적
연말이 다가오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절벽이 현실화된 가운데, 내년에도 추가 자본 확충 및 대출규제 등의 문제로 대출절벽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지금 시중은행의 상당수가 대출 한도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부분들이 확인되고 있는데, 그 중 몇 개는 연말까지 한도 목표를 초과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그 부분(자본확충 및 대출규제)을 빼고 내년도에 (대출영업을) 할 때 그렇게 까지 크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대출 관련 충격이나 대출 절벽이 발생할 정도의 상황은 없을 거라고 지금 알고 있다"며 "금융위와 정밀하게 협의·공조해서 대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 외 금감원이 추진 중인 저축은행·상호금융권 등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저금리 상태에서 버티고 있다가 터지는 PF들이 아직도 굉장히 많다"며 "내년에도 부실 PF 관련된 부분들은 금감원에서 숙제로 계속해야 될 상황이다"고 전했다.
삼성생명 일탈회계 논란에 대해서는 "일단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2025년 회계 때) 소급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며 "당시에 그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그런 필요성이 없고 국제회계 기준대로 돌아오는 그런 과정이다"고 답했다.
인사·조직개편 가시화…소비자보호 중점
정부·여당 주도로 추진되던 '소비자보호처 통분리' 등의 조직개편이 무산됐지만, 여당 의원들은 최근 열린 소비자보호 토론회에서 조직개편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이에 연말을 앞두고 조직·인사개편을 추진 중인 금감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의원들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념하고 있다"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가야 될 길이 분리만은 아니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금융감독이라는 기능 자체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다"며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를 분리한다는 식의 어프로치 자체에 저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새 조직이) 4개의 영역으로 돼 있는데 업권별로 저희가 소비자보호 총괄 감독 부서를 배치해 사전예방적으로 점검하는 구조로 개편하고 있다"며 "조직개편 관련 부분은 12월 말까지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원인사도 검증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곧 결과가 나올 것임을 강조했다. 부서장 인사의 경우 조직개편 및 정부의 국정과제 반영 등을 고려해 내년도 1월 10일 전후 마무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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