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反핵무기" 단체 노벨상…"美와 핵공유" 총리 '모순' 지적

2024-10-12

핵무기 근절 운동을 펼쳐온 일본 원폭생존자 단체가 202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가운데 정작 일본 정치권은 핵무기금지조약 참여를 거부하며 억지력 강화에 나서며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내세우면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 및 핵 반입 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12일 전날 발표된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團協·니혼 히단쿄)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히단쿄의 수상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핵에 의존하는 일본 정부의 모순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국의 핵무기로 일본에 대한 타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핵 억지' 정책을 계속 유지해왔으며 핵무기의 보유나 제조를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에도 등을 돌려왔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핵억지정책을 명확히 한 것은 1968년이다. 당시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국회에서 비핵 3원칙에 이어 "국제적인 핵의 위협에 대해 계속해서 미국의 핵 억지력에 의존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후 일본 정부는 핵억지에 대한 의존을 재검토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핵개발 진전과 함께 오히려 강화해왔다. 도쿄신문은 "2017년 유엔에서 채택된 핵금지조약은 피폭자들의 숙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21년 해당 조약이 발효된 후에도 옵서버 참가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핵에 대한 의존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아시아의 집단적 자위체제 구축을 강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아시아판 창설을 주장하며 그 안에서 "핵의 공유나 반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오는 27일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날 진행된 7개 정당 대표 토론회에서도 핵 억지력에 대한 질문이 이시바 총리(자민당 대표)에게 쏟아졌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우크라이나·중동 전쟁과 핵무기 사용 우려와 함께 히단쿄의 수상의 의의를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 상황에서 핵보유, 핵공유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게 일본의 톱(총리)으로서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뒤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어린 시절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의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일화를 언급하며 "이런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이유를 핵억지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억지력을 어떻게 핵 폐기로 연결시킬지에 대해 앞으로 충분히 논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다 대표는 "결국 논의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왜 핵 공유가 필요한지, 반입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없었다"고 말했다.

공산당 다무라 도모코 위원장의 '핵무기금지조약 참가 촉구' 질문을 받고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받은 이유가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한 '부다페스트 각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각서(Budapest Memorandum)는 소련 해체 후 독립한 우크라이나가 보유 중이던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이양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서명국들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기존 국경을 존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서명국엔 러시아, 미국, 영국이 있었고, 이후 프랑스와 중국도 유사한 보장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합의로 우크라이나는 당시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에서 비핵국가가 됐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하면서 협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핵 억지라는 것은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폐기와 억지를 어떻게 양립시켜 나갈지에 힘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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