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제때 분리하지 않으면 뭐가 문제냐”는 질문에 류한욱소아청소년클리닉 류한욱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가출은 보통 아이가 부모 허락 없이 집을 나가는 것을 가리킨다. 대부분 사춘기 때 반항의 의미로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집 안 가출은 뭘까? 류 원장은 “아이가 집 안으로 도망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와 적절하게 분리되지 못한 아이가 스스로 해볼 기회를 빼앗긴 채 무기력해진 게 원인이다.
문제의 중심에는 ‘애착 과잉 부모’가 있다. 만 3세가 넘은 아이를 분리하지 않고 계속 한 몸처럼 키우는 부모를 뜻한다. 양육자가 아이의 행동과 감정·선택에 일일이 간섭하거나 대신 결정하는 식이다. 류 원장이 최근 『적절한 좌절』을 내고 이런 양육 태도를 비판하고 나선 이유다. “4세, 7세 고시로 대표되는 조기교육 열풍이 더해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집 안 가출이다. 류 원장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학교에 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부모들은 ‘아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병원에 데려오지만, 대개 양육자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애착 과잉 부모들이 조기교육까지 시작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공부에 전념하라는 의미로 밥을 떠먹여주고, 대변 처리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그사이 아이는 혼자 일어설 힘을 잃고, 세상과 담을 쌓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생생히 목격해 왔다. 강남 8학군에서 자라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2006년부터 강남에서 진료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학창 시절일 때도 입시 경쟁은 치열했지만, 지금처럼 극단적이진 않았다”며 “의대 보내려고 4세부터 선행학습을 시키다 사회 부적응자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대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걸까? 적절하게 분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지난달 7일 류 원장을 직접 만나 물었다.
Intro. 애착 과잉 부모가 만든 집 안 가출
Part1. 일부러 분리하지 않는 부모들
Part2. 취학 전, 3가지 분리 필수다
Part3. 집 안 가출 시작됐다면, 기다려라
👨👩👦 일부러 분리하지 않는 부모들
류 원장이 집 안 가출을 처음 본 건 2010년대 초반이다. 주로 청소년, 특히 중학생에게서 자주 나타났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이 현상이 급격히 늘었다. 대상 연령도 초등 4학년까지 내려왔다. 가출이 열악한 가정환경 아이들한테서 나타났다면, 집 안 가출은 고소득·고학력 가정인 경우가 많다. 그는 “가출 청소년을 지배하는 감정이 반항이라면, 집 안 가출 아이들은 여전히 ‘유아 정서’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유아 정서요?
미성숙한 사고방식을 가진 거죠. 세상을 ‘좋다(All good)’와 ‘나쁘다(All bad)’고만 단순하게 구분합니다. 그래서 좋아하고 편한 것은 취하려고 하지만, 싫어하고 어려운 건 견디지 못합니다. 심지어 초등 3학년 때까지 대변 처리를 못 하는 아이도 있었어요. 그때까지 부모가 대신해 준 거죠. 부모로부터 심리적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게 원인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