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우·양돈 산업은 환율·국제정세와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한우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락값 하락세는 내년 점차 풀리겠지만 높은 환율에 따른 사료값 상승은 농가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돼지농가엔 높은 사료값에 더해 질병 발생이 경영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의 말을 빌려 산업별 올해 결산과 내년 수급 전망을 짚어본다.
◆한우=내년 한우의 공급과잉은 여전하겠지만 경락값은 점차 반등할 것으로 관측됐다. 김충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 전문연구원은 16일 대전 유성구 호텔ICC에서 열린 ‘2024년 한우인 전국대회 한우산업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는 3분기 기준 341만2000마리로 추정됐다. 전년(350만1000마리) 대비 2.4% 감소한 수치다.
올 1∼11월 국내 쇠고기 생산량은 29만t으로 전년(27만8000t) 대비 4.4% 증가했다. 한육우 가격은 같은 기간 한우(거세우) 도매가격 기준 지육 1㎏당 1만7860원으로 전년 대비 4.4% 하락했다.
김 연구원은 한우 도축량 증가를 생산량 증가와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우 도축량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89만6000마리(12월 제외)로 집계됐고, 거세우 도축마릿수 증가와 평균 도체 중량이 467㎏에서 470㎏으로 상승한 것이 생산량 증가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 원료에 의존하는 배합사료 가격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찍는 등 지속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단기 수급 전망도 내놨다. 김 연구원은 내년 사육마릿수는 올해보다 감소한 318만5000마리로 전망했다. 도축마릿수도 93만3000마리 내외로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도매가격(거세우)은 내년 상승 전환해 1만8500원 내외로 점쳤다. 김 연구원은 “한우 도매가격은 조금씩 반등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 이후엔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반등으로 입식 의향이 증가해 사육마릿수는 2026년 저점을 찍은 후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짚었다.
외국산 쇠고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김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쇠고기 수입량은 한우고기 도매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올해까지는 감소 추세였다”면서 “2026년 미국산, 2028년 호주산에 관세가 폐지되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돈=돼지농가는 올해 어미돼지 한마리당 출하마릿수(MSY) 16.5마리, 내년은 17마리를 넘겨야 적자경영을 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내년도 출하마릿수는 올해보다 0.8% 늘어난 1921만6000마리로, 돼지가격은 지육 1㎏당 평균 50원이 낮은 5150원으로 전망됐다.
이병석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한돈미래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국내 양돈농가 경영 데이터를 전산화한 ‘한돈팜스’ 성적을 통해 살펴본 결과 “올해 이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는 농가는 하위 30% 정도”라면서 “한농가당 손실규모는 연간 800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돈미래연구소 전산성적은 6개월 이상 데이터를 등록한 돼지농가 1725곳의 1∼9월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 한해 성적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올 한해 돼지 출하마릿수는 1906만마리, 돼지가격은 지육 1㎏당 평균 5200원으로 추정됐다. 내년 출하마릿수는 올해보다 소폭 증가한 1921만6000마리로 예상됐다. 지육 1㎏당 평균 가격은 5150원으로 전망됐다.
이 부소장은 “‘MSY 17마리’를 미충족한 농가들은 경영을 개선하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면서 “내년 환율·사료값·질병 변수도 농가 경영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리 기자 glas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