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여성 리더 부재로 꾸준히 '유리천장'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의 여성 임원 수가 두 자릿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은 4대 은행 중 여성 임직원 수는 가장 많음에도 2년째 여성 임원 수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공시한 6월 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를 제외한 임원 수는 총 10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성 임원 및 경영진 수는 단 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8.26%에 그친 수치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여성 임원 비율이 1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은행(12.5%), 신한은행(4.35%), 하나은행(0%)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김소정 전 부행장(당시 디지털그룹장 겸 디지털경험본부장), 이인영 전 상무(당시 소비자보호그룹장)를 마지막으로 상무 이상 임원 자리에 여성 임원이 없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여성 임직원 수는 6810명으로, 전체의 64.25%를 차지했다. 이는 4대 은행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 가운데 단 한 명의 여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전체 임원 24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4명에 달했다. 지난해 말 전체 22명 가운데 2명인 것과 비교하면 임원 수 및 비율 모두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전체 임원 32명 중 여성이 4명이다. 지난해 말에는 41명 가운데 3명이 여성인 것과 비교하면 전체 임원 수는 줄었지만 여성 임원은 늘었다. 신한은행은 전체 22명 가운데 여성 임원이 1명으로 지난해 말과 동일했다.
다만 여성 임원이 맡고 있는 직무는 주요 요직을 담당하는 등 남성 인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경우 류진현 부행장은 IT그룹(최고정보책임자·CIO), 김선 부행장은 WM그룹, 조윤희 상무는 자금세탁방지본부(보고책임자), 오지영 상무는 금융소비자보호그룹(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 등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KB국민·신한 역시 소비자보호그룹장, 준법감시인, 개인고객 그룹대표 등의 업무를 맡았다.
한편 올해 상반기 기준 4대 은행 임직원 수(기간제 근로제 제외)는 총 4만817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임직원 수는 총 2만7411명(56.9%)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64.25%), KB국민(58.08%), 우리(56.04%), 신한(49.89%) 순이다.
4대 은행의 여성 임직원 수가 과반에 가깝거나 초과하는 가운데 여성 임원 수가 두 자릿수 채 되지 않는 모습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유리천장'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 여성 임원을 적극적으로 등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라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도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임원을 맡고 있지만 이는 정말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최근 계속해서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남녀를 가리지 않고 업무적으로 뛰어나면서도 적합한 분들이 임원을 맡고 있고 차별적 시각도 많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