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통상뿐만 아니라 불법이민, 마약 등 비무역 이슈에서도 관세를 무기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식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관세 부과 대상국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서 글로벌 통상 질서에 충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와 마약 유입을 이유로 들며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우선 캐나다산 에너지 제품을 제외한 모든 물품에 25% 관세가 부과되고, 원유 등 에너지 제품에는 10% 관세가 적용된다.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 물품에도 관세를 부과한다. 캐나다가 보복하면 관세율을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보복 조항'도 포함됐다.
멕시코에는 에너지 제품 포함 모든 제품에 25%, 중국에는 10%의 보편적 관세가 부과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무역협정(USMCA)으로 대부분 제품에 관세가 없었기 때문에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관계자는 “예외 품목은 없으며, 기업별 면제 절차도 없다”면서 “관세는 불법 펜타닐 유입을 해당 국가들이 차단했다고 미국이 확인할 때까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중국뿐만 아니라 무역협정을 맺은 동맹국에도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은 미국 전체 수입량의 절반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3년 기준 약 1조3000억달러(약 1894조원) 규모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부과 대상국들은 즉각 반발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똑같은 보복 관세 부과에 나섰으며,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전선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유럽연합(EU)에도 “우리를 나쁘게 대우했다”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등에도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석유·가스 관세는 이달 18일께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10~20% 보편적 관세를 공약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자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실제 행동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 조치가 동맹국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한국산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등에 보편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주도형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기간 중 한국을 '부자 나라', '머니머신'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